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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별 Mar 25. 2016

점(点)




나는 점쟁이한테 당신이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물었습니다 당신이 언제까지 내 곁에 있을까를 물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계속 손에 꼭 쥐고 있기만 해도 불안한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차라리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면 그 떠남의 시기가 언제일지는 알고 싶은 그런 사람이 내게는 당신이었습니다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자꾸 다른 소리만 했습니다 올해 잘못하면 임신할 조짐이 보이니  꼭 피임을 하라는 등의 뜬구름을 잡는 충고였습니다 나는 당신의 알몸을 본 적도 없었지요 입술과 입술을 부볐을 뿐
결국 원하던 대답은 받지 못하고 나왔지만 나는 그가 말하지 못한 것은 당신이 내 곁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답이 이승에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부질은 없는 이런저런 자기 합리화를 하고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듯 했습니다 역시 점은 받아들이는 이의 마음이니까요 후의 결과와는 관계가 없이
아, 그가 솔깃하는 내용을 하나 말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결혼할 사람의 초성을 불러줬는데 글쎄요 당신의 이름과는 딴판이니 그건 그냥 미신으로 치부하기로 했었습니다


이것은 나로부터 아주 멀어진 이에 대한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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