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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별 Feb 28. 2019

2월 28일

철 지난 한때의 유행어처럼
하루에도 몇십 번씩 불렀지만
언제부턴가 사어(死語)가 됐던 네 이름을
봄 냄새 조금씩 올라오는 밤에
한 번은 다시 나직이 불러볼까
네 이름자 팔랑이며 내려앉으면
다 죽었다 생각했던 가슴에도
갑자기 막 봄바람이 불까

자주 빨간 눈이 됐지만 자주 빨간 뺨도 됐으니
꽤 그럴싸했다고 적어뒀던
어느 4월을 꺼내 뒤적이는 동안
살얼음 밑 시냇물 흐르듯 지나가는 저녁

아무리 밤 공기 다정해진대도
이번엔 마음 기울이지 않을 거야
주먹 꼭 쥐고 그리 다짐하고선
금방 울고 싶은 기분이 들기에
눈에 힘을 주고 계속 떠보기도 하다
이제는 고작 너를 생각하다 울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과거에서 불어온 바람이 달력을 넘기고
바람 지나는 골목마다 개나리 꽃봉오리 영근다

네가 날리지 않는 3월은 무채색이었는데
지금은 숨겨진 노란색을 볼 수 있게 됐으니
내가 네 품에 아예 살았던 한철의 노란 꽃밭
옅어지지 않는 원색의 풍경 위로
날아와 흩어지는 모든 꿈이 너다

올해 봄에는 네 생각을
딱 다섯 번 정도만 할까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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