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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회 Dec 05. 2023

다시 우울증 약을 받아왔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내가 먹는 우울증 약은 파란색 타원형 약이다.

끊으면서, 엄마한테도 사촌언니한테도 친구한테도 자랑했었다.


뭔가 내가 정상(?)이 된거 같았다.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폐끼치는 존재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 목/금 끝없이 가라앉는 기분 끝에 토/일 남편과 다툼.

그리고 어떻게 해야하지 몰라서 수면 유도제를 거듭해서 먹고,

일요일 거의 진정한 상태임에도 휴무일 근무 내과를 찾아서 수면제를 처방 받아 먹었다.


그렇게 겨우 잠이 들었다.

자기 전에 이전에 받아뒀던 수면제 2알을 먹은게 아마 조금 도움이 된거 같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남편도 회사에세 연차를 쓰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간은 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다니던 정신과 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잡았다.

예약 시간에 가서 그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선생님은 우울증은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고,

한 달만 더 약을 먹어보자고 했다. 용량도 줄였다.


하지만 나는 무서웠다. 나는 이대로 계속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야할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링컨도 죽을 때 까지 우울증 때문에 고통받았데. 하고 말했다.

처칠도 우울증이었데. 하고 말했다.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내 컨디션은 이전과 같아졌다.


남편이 된장찌개를 끓여줘서 먹고, 수면제를 먹고 잠에 들었다.


지금은 화요일이다.


재택근무 중에 남편이 나가자가 계속 졸라서 집 근처 카페에 앉아서 재택 근무 중이다.


남편은 시끄러운 카페에서 업무가 어렵다고 윗층에 있는 스터디 카페에 올라갔다.


나는 여기 좀 있겠다고 했다.


이상하게 남편이 카페를 나가자 마자 불안이 몰려왔다.


그 순간부터 계속 눈물이 가득 차있는 상태로 앉아서 버티고 있다.

울어버릴 것 같은데 슬프거나 그런건 아니다. 그냥 눈물이 날 것 같다.


한참 우울증 때문에 힘들 때 그랬다.


남편과의 다툼 때문에 우울증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남편과의 다툼때문에 우울증이 심해지지만, 

그런데 지금 내가 붙잡을 사람이 남편밖에 없어서 남편에게 아이처럼 매달렸다.


남편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울었다.


아이러니하다. 우울증 약을 결국에는 끊을 수 있을까. 나는 혼자 설 수 있을까.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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