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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회 Dec 06. 2023

남편은 그냥 좋은 사람이다



남편을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망설임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다만, 나와 성질이 맞지 않는다.

오빠도 불이고, 나도 불이다.


둘 다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생각이 확고하다.


그래서 항상 부딪힌다.


나는 남편이 나에게 항상 져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결혼을 했다.

내 성격을 내가 잘 알고 있었고, 내 기질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다른 조건은 다 중요하지 않았다.


연애 때도 남편과 다투지 않은건 아니다.

그런데 그 때, 우리는 그걸 장거리 탓이라 여겼다.


그리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나를 응원해주었던 남편은 영원히 내 편일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은 내 편이 아니었다.

나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

나에게 돈은 도구나 수단이었지만, 남편에게 돈은 목적이었다.


무엇이든 함께 해주겠다고 말했던 사람은 가정의 미래를 생각해서 저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연애를 할 때 나는 사랑하는 연인이었지만, 

결혼을 하자 나는 엄마나 잔소리하는 누나 혹은 귀찮은 동생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해야하는 집안 일을 시켜야 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귀찮은 존재가 된다.

안시키고 스스로 하길 기다리다 한소리하면 시키면 하지 않냐며 따진다.


나는 나대로 억울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억울하겠지.


내가 제일 슬픈 건 남편은 이미 내가 귀찮은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항상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부르면 대답은 항상 짜증스럽다.

아무리 부드럽게 말을 해도, 퉁명스러운 대답이 상처가 된다.


가족이니 내 상태를 조금만 더 고려해서 배려해주길 바라지만,

가끔 이런 내 생각이 이기적인건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에게 이혼을 이야기 한다.

나에게서 벗어나길.


그래서 나의 기대도 받지 말고, 의지도 되지 말고, 나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길.


그래서 나도 기대하지 않고, 의지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슬퍼지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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