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쏟아낼 곳이 필요했다. 사람은 저마다 힘듦을 짊어지고 살아갈 텐데. 각자의 인생도 버거울 텐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자꾸 서러운 울음을 토해내는 걸 들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너무 서글퍼서 뭐라도 토해내고 싶었다.
자라온 환경에서 내가 잘못 배운 것은 내 탓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 나이가 먹도록 길러주신 분들의 탓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노력하고 있고,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버럭' 화를 낸다. 화가 폭발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타인은 해하지는 않았다. 참지 못해서 나를 해한 적은 있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상담과 약물을 통해서 치료를 진행 중이다.
몇 년의 시간 동안 많이 나아졌다. 화를 폭발하는 횟수도 강도도 줄었다.
부부상담을 받으면서 남편도 많이 노력을 해줬다.
물론 대부분의 문제가 남편이 원인이었지만, 결국 화를 내는 건 나니까 마치 내가 문젯거리 같았다.
나는 나만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참았고, 남편도 노력했다.
그래서 사이가 조금 좋아질 때 즈음 나는 아이를 낳고 싶었다.
나는 형편도 괜찮은 편이었고, 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많았다.
내가 우주인 아이에게 사랑을 쏟아붓고 싶었다.
그리고 독립적인 존재로 나와 다르게 잘 기르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대화를 회피했다.
"우리 사이가 좋아져야지. 관계 개선이 우선이지."
3년이나 같은 말을 들었다. 남편은 회피하고 나는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 부부 상담이 끝날을 때, 나는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남편은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사실이 남편이 관계 개선을 이야기할 때마다,
"네가 폭발적으로 화를 내고 그게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너와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
"너는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어."
"너는 행복해질 자격이 없어."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상처받은 마음을 감추고 또 감췄다.
그런데 또, 같은 말을 들었다.
이번 생에 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걸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없는 걸까.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 걸까.
너무 슬프다. 억울하다.
물론 남편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난 남편의 어떤 점을 들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데.
남편은 나한테 왜 그럴까.
내가 남편에게 가장 소중해야 할 사람인데, 나한테 왜 이런 감정이 들게 할까.
나는 이 결혼을 계속 유지해야 할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