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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적 소시민 Sep 16. 2024

내집 말고 ‘우리집’

엄마와 ‘우리’를 이룰 수 있을까. (1)

 “너네 이모들이, 어? 뭐, 너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엄마, 그래도 아빠 장례식 때 와주셨는데 어떻게 모른 척해. 엄마, 여차하면 나 혼자 다녀와도 돼. 괜찮아.“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의 깊고도 깊은 피해 의식이 이번에도 여지 없이 터치고 만 것이다. 전화 말고 만나서 이야기할 것을.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엄마는 정말 엄마의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집 안에 유선 전화 하나만 엄마의 명의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조차도 몇 년이 지나서 아버지의 명의로 바꿔버리셨다. 아버지가 엄마한테 가져다 주시는 생활비는 오십만 원이 채 되지 않았었다. 정말로 엄마의 것은 거의 허락되지 않았다. 엄마의 삶에서 최초로 엄마 명의의 작은 집이 하나 생겼으나 그조차도 5년이 채 되기 전에 동생의 아파트 비용 충당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만큼은 그렇게 말렸건만 기어이 엄마는, 동생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셨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엄마의 피해 의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엄마의 삶에서 화병의 근원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에도 엄마가 극한 분노의 상태가 되면 늘 다시 소환되곤 하셨다. 요즘은 그 분노의 대상이 외가 식구들로 확장되었다. 어려운 시절 모른 척했다며 엄마의 원망은 처절하고 맹렬하게 외할머니와 이모들 그리고 외삼촌에게 쏟아졌다. 토하듯이 쏟아내는 엄마의 분노는 아들인 나에게도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다. 엄마의 분노는 엄마의 감정과 논리 안에서만 정당했을 뿐 엄마를 제외한 사람들 심지어 아들인 나조차도 설득하질 못했다. 기억도 나지 않은 과거의 어느 사건들은 엄마에 의해 재해석되었고 거기에는 논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가 그렇다면 그런 것일 뿐이었다.




 외가 쪽은 손이 귀한 편이었다. 현재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엄마에게는 조카, 나에게는 사촌동생인 ㅁㅇ 셋이 전부다.

 아버지는 외가를 남의 집이라 여겼고 외가 식구들 보기를 돌 같이 했었다. 가난이 웬수라고 엄마도 당신의 엄마는 물론, 형제 자매들 앞에 면이 서지 않아 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나와 동생을 외가에서는 챙기긴 했으나 손주 노릇이며 조카 노릇을 제대로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사촌동생 ㅁㅇ은 달랐다. 외할머니에게는 사랑스러운 손녀 딸이었고 이모와 외삼촌에게도 귀애하는 조카였다. 그리고 그 사랑스러운 ㅁㅇ이 다음 달 결혼을 하게 되었다.


 “엄마, 다음 달 ㅁㅇ 결혼한대. 혹시 축의금을 얼마를 해야 할까?”

 “큰이모가 뭘 해준 게 있다고 그 결혼식엘 가. 됐어. 나도 안 갈 테니까 너도 가지 마. 축의금 낼 돈이 어딨어.”

 “엄마, 그래도 친척끼리 어떻게 알고도 모른 척해. 게다가 아빠 장례식장에도 왔는데 어떻게 안 가요. 여차하면 내가 다녀올게.“

 “너네 이모들이, 어? 뭐, 너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그 이후, 엄마는 외할머니가 어떻게 나와 동생을 업신여겼는지, 큰이모와 이모가 얼마나 나쁜 사람들인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진하고 끈적이는 이야기들을 울컥 울컥 토해내시는데 그 이야기들의 결론은 우리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 결혼식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잊지 마. 넌 피해자야. 너 힘들 때, 우리 힘들 때 외할머니가 뭐 해준 게 있는대. ㅁㅇ은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었어. 니 외할머니며 이모들이 얼마나 그것만 챙겼는데. 너한테 뭘 그렇게 해줬는데. 너 대학 갈 때 보태준 게 있어, 우리 힘들 때 돈을 보내준 적이 있어!! 그런 데는 갈 필요 없어. 거기다 갖다준 돈 없어! 그러니 그리 알아!! 그리고 너 작은이모랑 연락하고 있어? 아직도 전화하고 문자하고 그래? ”


 “엄마, 그 이야긴 그만 하자. 나 더 이상 못 듣겠어. 나 회의 들어가야 해. 이따가 전화할게.“


 이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했으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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