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업 일기

변방에 서서 (1)

걸음을 준비하며 함께 걷기

by 이기적 소시민

국토의 끝자락. 국토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역 앞 광장을 메운다. 국토라는 거대한 수업의 끝이 다가왔다. 행군대장의 지휘 아래 총 열다섯 개의 조가 오와 열을 맞춘다. 국토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세리머니가 시작된다. 교장 선생님이 전하는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가 끝나고 국토 완주증과 배지를 수여해야 한다. 땡볕 아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여식이 끝났다. 수여식이 끝났으니 이제 우리의 역할도 끝이 나고 있는 셈이다. 할 일이 끝이 났으니 주인공들이 빛나도록 그늘로 우리 몸을 옮긴다.


이어서 행군대장과 국토를 총괄하는 대장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여기까지 걸음을 내디뎌 온 학생들을 치하하며 이 걸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걸음을 함께 걸어온 동료들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확인시켜 준다.


"우리가 걸은 약 120킬로미터, 걸음으로 치면 약 15만 번의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 걸음 한 번 한 번을 기도하며 걸어달라고 했습니다. 나를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하나님을 만나며 걷는 기도의 걸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습니다. 매 걸음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20년 국토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해였을 겁니다. 그러나 그 걸음을 혼자 걷지 않았습니다. 함께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이 힘듦을 함께 걸었고 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읽고 싶습니다."


국토대장이 전하는 짤막한 마지막 연설과 함께 연설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도중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터진 눈물에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이들의 걸음을 준비하면서 나도 함께 걸었었구나.'


나는, 국토 중 걷는 사람이 아니다. 행군하는 사람들의 걸음을 준비하는 서포터들 중 하나인 국토사랑행진 '진행팀'이다.



이왕이면 주인공!! 을 돕는 조력자로 서고 싶다. 나는 이상하게 변호사 옆에 있는 사무관에게, 의사 옆을 지키는 간호사에게 눈길이 갔다. 주인공이고 싶으나 일찌감치 나에겐 그럴 만한 깜냥이 없음을 눈치챘음이렸다. 2010년 이곳 학교에 나를 포함해 일곱 명의 신입 교사가 있었다. 선배들 사이에서는 이미 싹수가 보이는 동기들을 점찍어둔 상태였고 나는 선배들의 눈썰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동기들 중에 제일 난놈이겠구나 하는 게 내 눈에도 보였는데 하물며 선배들에게 아니 보였을까. 그저 싹수가 보이는 놈 옆에서 함께 일해나가면 되면 그뿐. 물론, 그마저도 순탄하지 않았다. 동기들 중에 내가 제일 불안 요소가 큰 소위 ‘관심(?) 교사’였다. 나름 학원에서 먹어주는 소위, 뜨는 강사였는데 여기서 나는 대안학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오래가봐야 3년을 점치는 그런 교사였다.


신입 교사들의 관문, 국토.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낳고 첫 국토를 완주했으나 그 이후 내 무릎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무릎 관절 나이 60대 후반. 연골이 찢어진 적이 있었는데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해 관절 건강은 거의 최악인 상황이었다. 양반 다리는 물론, 심한 달리기 금지 그리고 6개월에 한 번씩 무릎에 연골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처방이 있었다. 아, 습관성 어깨 탈구에 이어 관절염까지 병명을 하나 더 얻게 되었다. 이로써 국토 행군팀과는 작별을 고한다.


그다음 해부터 선배 선생님과 함께 국토 진행팀으로 함께했다. 국토 진행팀은 걷지 않는다. 그 걸음을 준비하는 서포터들 중 하나일 뿐. 우리 국토 지원팀은 휴식지원팀, 간식지원팀, 양호팀, 미디어팀 그리고 진행팀 총 다섯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그중에서 '진행팀'으로 행군 후를 주로 책임진다. 숙소 배정, 행군하는 아이들의 조별 활동 준비, 간식 배분, 아이들의 취침과 기상, 분실물 관리 등을 우리 진행팀이 도맡는다. 숙소 상황에 따라 아침과 저녁 식사 배식을 하기도 하고 그때 그때 구멍이 난 부분을 메우기도 한다. 아이들의 행군을 시작하면 우리는 뒷정리를 하고 이틀 후 숙소를 점검하고 오늘 밤 아이들에 묵게 될 숙소로 이동해서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다른 지원팀과 달리 국토 진행팀은 아이들이 직접 걷는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없다. 들어오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떠나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그다음의 여정을 준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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