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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남이 Dec 12. 2023

경청과 공감, 행복한 부부의 대화법

동상이몽, 이지혜 문재완 부부를 보면서



며칠 전 아내와 크게 다투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와 가끔 사업 문제로 의견이 엇갈릴 때가 있다. 아내의 힘든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고 원론적인 얘기만 했던 게 발단이었다. 아내는 공감을 바랐고, 나는 해결을 원했다. 결국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은 채 자기 말만 하다 끝났고, 나중에는 과거의 서운했던 일들까지 거슬러 올라가 걷잡을 수 없는 싸움으로 번졌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일하고 집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나 보다. 그날따라 우린 사소한 것에도 날을 세웠다. 사이가 나름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것도 아니었나. 바빠서, 자주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 아이들에게만 맞춰 살다 보니 그렇게 보였던 거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건데, 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아내 앞에서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내 할 말만 하려 하고 강한 인정 욕구와 자존심을 부리며 아내를 이기려고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남자가 자기 여자를 이기려는 남자라고 평소에 떠들고 다니던 나 아니었던가. 다른 사람들한텐 세상 좋은 사람인 척하지만, 집에서는 아내를 군림하려고 했던 모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턴가 아내에게만큼은 인색해진 '경청'과 '공감'이란 단어를 되찾고 싶을 뿐이다. 



예전에 아내와 같이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남편이 아내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은 우리 아내가 자기에게도 그렇게 해달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갑자기 그때 일이 생각나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멋진 분이더라. 인상 깊게 본 두 사람의 모습이 있다. 바로 '대화법'. 대화할 때 눈을 마주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듣는 태도였다. 마치 '대화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경청'과 '공감'의 첫 단추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화목한 가정의 표본은 엄마가 감정적으로 행복하고, 아빠가 자녀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가정이라고 한다. 그래야 부모와 자녀 모두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아내 앞에서 자존심 내려놓기. 이게 말은 쉽지만, 참으로 굽히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치부(?)를 글로 써가면서까지 드러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다. 올해가 가기 전 반드시 해결하고 내년을 맞이하겠다. 행복한 우리 가정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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