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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대디 Dec 19. 2023

화를 다스리는 가장 쉬운 방법

감정의 발견



배가 심하게 고픈 날엔 자주 폭식을 하곤 한다. 평소 식사량의 2배, 3배도 거뜬히 먹어 치우는 내 위에 스스로 감탄할 때도 있다. 감정은 이성을 이긴다고 했던가. 머리로는 과식이라며 만류하지만 배고픔에 울부짖는 성난 가슴은 이를 단번에 무시한다. 순간의 상황을 제어하지 못한 위에게 잠시 뒤 더부룩함과 복통이 찾아온다. 포만감을 느낄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 무절제의 극치를 달렸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자괴감과 함께 현타에 빠진 위는 그렇게 오늘도 후회를 한다. "배고플 때는 절대 마트에 가지 말라"라고 하는 말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더라.



이런 폭식을 피하기 위해 가끔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집안 일 하면서' 식사하기. 밥 한 숟갈 입에 넣고 몇 초만 다녀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에 전투력은 급격히 저하된다. 잠깐의 여유 시간 동안 포만감이 생겨 밥맛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적당량의 식사로도 배를 채울 수 있는 가성비 끝판왕 고급 기술이다. 불과 몇 초라는 시간에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효과를 본 것이다.



가끔 아이들 때문에 주체할 수 없는 화가 날 때가 있다. 이 시간은 정말 나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괴로운 시간이다. 내 속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 아이 때문에 순간 욱했던 감정은 쉽게 사그라들질 않는다. 아이들 앞에서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들을 감정의 쓰레기통에 토해낸다. 화는 낼대로 다 내놓고 결국 남는 건 후회뿐이다. 폭식 후에 오는 복통처럼 마음이 불편하고 괴롭다.



예일대 마크 브래킷 교수의 '감정의 발견'에서는 화와 같은 감정을 심리적으로 보지 않고 기술적인 문제로 접근한다. 감정의 독특한 속성인 '순간적 상황'에 주목하며 이를 제어하려면 "무시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즉,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달려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대 김경일 교수 역시 화가 난 장소에서 적극적으로 도망치라고 말한다. 화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심리적 전환장치를 둠으로써 이후에 느낄 후회와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의도적인 시점의 전환으로 폭식을 막을 수 있듯이, 나쁜 감정도 전염시키지 않고 경계선을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달린다. 아주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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