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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대디 Dec 19. 2023

어서 와! 아빠는 처음이지!?

처음 받아보는 아빠수업


온종일 회사 일에 치이다 저녁 6시가 '땡' 하면 신데렐라처럼 칼같이 퇴근길에 나선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보내준 주소를 찍어 당근마켓에서 싸게 내놓은 '카시트'를 재빠르게 득템 한다. 저녁밥을 먹으면 아이를 씻길 준비를 하고 아이 옷가지만 따로 모아 세탁기에 넣어 돌린다. 자기 전엔 동화책을 읽어주다 미리 조절해 놓은 '아기띠'로 잠을 재운다.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와 똥기저귀를 치우고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오면 그제야 "오늘도 잘 살아냈다" 자축하며 소파에 눕는다. 그러고는 키즈노트로 올라온 아이 사진을 보다 행복한 잠이 든다.


주말 아침에는 아이 손 붙잡고 '똑닥' 앱으로 예약한 소아과에 다녀온다. 평일에는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백화점 '문센'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돌아오는 차에선 구독해 놓은 유튜브 채널에서 자장가를 틀어 낮잠을 재운다.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틈틈이 핸드폰으로 기저귀와 물티슈를 주문한다. 가끔 뉴스에서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라도 할 땐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다음 주는 어디로 놀러 갈지, 한글책은 언제쯤 시작할지 아내와 상의하며 아쉬운 주말을 마무리한다.



요즘 가정에 흔한 아빠들의 일상이다. 맞벌이가 일상화되고 가사노동 분담이 당연해지면서 아빠들도 가사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나라에서도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아내들도 남편들의 개입을 더 요구하고 있다.


회사에서의 아빠들의 언어도 바뀌고 있다. 회식과 승진, 상사이야기보다는 아이와 어디를 놀러 가는지, 가성비 좋은 '키카'는 어딘지, 아이들은 무슨 음식을 잘 먹는지를 공유한다. '남자는 인맥이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회사와 가정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기에, 더 이상 인간관계에도 끌려다니지 않는다. 사회적 인간관계는 점차 축소되지만, 가정에서의 존재감은 더 확장된다. 그래서인지 마음만큼은 충만하다.



스타크래프트와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겨했던 '어른이'들이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보고 자란 그 시절 아버지들의 모습은 지금 시대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처음이라서, 하루하루가 새롭다. 아직 미성숙한 어른이지만 그럼에도 아빠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이 있어 오늘도 힘을 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키와 함께 아빠의 마음의 키도 한껏 자랐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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