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남대디 Apr 16. 2024

육아휴직 한 달 차에 느낀 것들

육아에 지친 분들을 위한 글

 부부 갈등 문제를 개선하는 상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부부간의 문제를 의뢰하면 전문가가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들의 문제를 살피기 위해 가정 내 관찰카메라를 비춰보면 꼭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아기들. 대부분 돌도 지나지 않거나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온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온 남편과 그동안 육아를 감당했던 아내가 밤새도록 부부 싸움을 하는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매번 같은 시나리오다. 이처럼 육아 스트레스는 부부 사이를 팍팍하게 만드는 데 큰 일조를 한다. 다정했던 부부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기도 하고, 잘 나가던 한 여성에게 우울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만큼 이 육아 문제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은 돌파해야 하는 관문이다. 



 24시간 끊임없이 반복되는 육아의 이면에는 사실 집안일도 포함되어 있다. 이 두 분야는 너무 다른 영역이지만 대부분이 혼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일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육아와 집안일, 어찌 보면 직장에서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아니,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직장과 육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성과' 아닐까. 직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월급으로 그 열매를 체감하지만, 육아는 그러한 당근이 주어지지 않는다. 구태여 성과를 꼽자면, '아이가 오늘 밤에는 열이 나지 않은 것',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은 것', '치카치카를 조금 더 오래 한 것', '어린이집에 웃으면서 등원한 것', '하원 후에는 짜증을 조금 덜 낸 것'과 같은 사소한 일들이다. 당연히 여겨지는 것들이기에 당사자가 아니면 그 수고를 알 리가 만무하다. 아무리 해도 티 안 나는 집안일처럼 말이다. 잘해야 본전 치기인 게임을 기한 없이 달리고 있으니 진이 빠지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더해 가장 가까운 편조차도 그 노고를 몰라준다면 마음은 바닥을 치겠지. 결국 이들에게 필요한 건 '도와주려는 마음' 보다 '알아주려는 마음'이다.


 육아휴직을 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아이들의 주 양육자로, 또 한 가정을 관리하는 살림꾼으로 전향했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오롯이 몸으로 전담해 보니 느끼는 것이 있다. 야속하게도 하루라는 시간은 참 짧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움직여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안일처럼 아이들의 성장도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잠시 한눈을 팔면 금세 '결핍'이라는 티가 나기 때문에 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몸이 피곤한 게 집안일이라면, 육아는 몸과 마음이 다 그렇다. 체력과 동시에 마음을 챙겨놓지 않으면 버티기가 쉽지 않다. 쉽게 말해 정신 줄 단단히 붙잡지 않으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육아다. 일을 하던 여성이 출산 후에 육아를 하며 갖는 우울함과 자신의 경력이 단절될 것 같은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은 있다. 육아보다 힘든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를 통해 얻어진 몸과 마음의 내공은 앞으로 부딪힐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성장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부모는 위대한 사랑의 가치를 배우고 내면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날마다 성장하는 아이만큼 부모의 인격도 놀랍게 성숙해질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육아가 경력을 단절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인생의 경력에서 볼 땐 엄청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백보 전진을 위해 오십 보를 후퇴하듯, 당신을 잠시 내려놓고 최고의 사랑을 보여주는 그대들이 더 멋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모든 부모들을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 어디가? 자녀들과 함께한 아빠들의 벚꽃엔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