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아빠들이 자녀들과 더 자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아빠! 어디가?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화제를 모았다. 배우와 가수, 운동선수 등으로 구성된 연예인 아빠들이 자녀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내용이다. 당시만 해도 육아를 하는 아빠 이미지는 신선했고, 대본 하나 없이 펼쳐지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재미있는 모습은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카메라 앵글 속 이미지와는 또 다른 아빠들의 모습이다. 평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빠들이 엄마의 도움 하나 없이 아이들과 캠핑을 한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테다. 아빠보다 엄마를 찾는 일이 일상인 아이들과, 모든 것이 서툴 수밖에 없는 아빠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주말 버라이어티 예능에 걸맞게 많은 공감을 받았다.
어색했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들은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마음이 열릴수록 아이들의 진가가 발휘되었고 덕분에 다양하고 재미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과 일 때문에 지친 아빠들에게 더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아이 학교 친구의 부모님들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왔다. 엄마들은 제외한 아빠들끼리의 모임이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면서 동시에 엄마들을 쉬게 한다는 두 가지 명분이 다 들어갔다. 다행히 햇살도, 바람도, 벚꽃도, 그리고 우리들의 기분까지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아빠들은 행복했다.
또 한 가지, 아이들만큼이나 아빠들도 적잖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아이 둘씩 데리고 어디를 나간다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용기를 내었고, 어려운 일도 함께 한다는 일종의 동질감 때문인지 모든 장면이 부드럽게 연출될 수 있었다. 아이들 덕분에 잠시나마 팍팍했던 속세에서 벗어나 콧바람을 쐬던 그날은 어쩌면 아이들보다 아빠들에게 더 필요했던 시간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