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투병기와 나의 하루하루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던 게 언제였더라.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대략 7월 중순 정도였던 것 같다. 계속 오락가락하는 염증 수치에 대한 내 감상은 이미 무뎌진 지 오래고 미미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통증은 거의 한몸이 됐다. 깨끗하고 개운하게 아침을 맞아 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만세 하면서 자는 게 습관이 됐다. 유독 손가락이 많이 부었다 싶은 날에는 밤이 되어 조금 말랑말랑해진 손가락을 주먹 꾹 쥐고 자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다고 어깨가 안 아프고, 손가락이 붓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래도 예전처럼 누가 입혀 줘야만 옷을 입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러려니 한다. 이럴 때 보면 나도 참 나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 나는 처음으로 무릎에 물이 찼다. 당시에 나는 베이커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늦어도 새벽 다섯 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다섯 시에 일어나서 이십 분 안에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야 출근 시간인 여섯 시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왼쪽 다리가 잘 안 움직여지고 무릎이 무슨 도라에몽 손 마냥 빵빵하게 부어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아팠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아프다고 전화를 해서 못 간다고 말했어야 하는데 어줍잖은 책임감 때문에 등 떠밀리듯 출근을 했다. 어차피 가만히 서서 포장만 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 걸. 점점 더 심해지는 거다. 나중에는 그냥 숨만 쉬어도 아팠다. 안 되겠다며 사정을 말씀 드리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 퇴근길에 택시를 탔다. 그 와중에도 진료 보고 집에 갈 생각에 매장이 아닌 집이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정형외과를 목적지로 불렀는데 하필 거기가 2층이었다. 전국의 모든 정형외과에게 부탁한다. 제발 정형외과는 2층 말고 1층에 있어 주세요. 부탁합니다. 정형외과를 올라가는 5분이 정말 한 시간 같았다. 다리 한 쪽을 손으로 끌어올리면서 간신히 올라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픈 게 제일 컸기 때문에 다리가 왜 이렇게 된 건지,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와 같은 생각들은 할 겨를도 없었다. 어찌저찌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들은 결과는 무릎에 물이 찼다는 거였다.
집안 내력으로 인해 평발을 가지고 태어나서 발목에 물이 찼다거나, 발목에 염증이 생겼다거나 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릎에 물이 차 본 건 또 처음이었고, 심지어 이걸 주사기 찔러넣어 빼야 한다니. 여태까지는 자연히 마를 거니까 무리하지 말고 찜질하라는 소리뿐이었는데. 하지만 주사의 두려움보다는 당장의 고통이 더 커서 빨리 빼 주세요, 빨리 안 아프게 해 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이 가득했다. 조금 아플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딱 바늘을 찔러 넣는데 나는 살면서 그렇게 아픈 주사는 처음 맞아 봤다. 다리에 힘을 빼야 한다는데 어떻게 빼야 할지도 모르겠고, 진짜 온몸의 기운이 쭉 쥐어 짜지는 기분이었다. 주사 한 방에 영혼이 탈탈 털린 나는 그대로 누워서 어쩌구 냉기 치료까지 받게 됐다. 주사의 고통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 이 냉기 치료는 달달한 아이스티 같았다. 거기서부터는 압박 붕대 둘둘 감고 나와서 집에까지 어떻게 왔는지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이게 내 무릎에 물이 찼던 첫 번째 경험이었다.
그런데 올해 여름, 두 번이나 무릎이 다시 빵빵해졌다. 한 번은 오른쪽 무릎에서 50ml의 물을 빼고, 또 한 번은 왼쪽에서 30ml, 오른쪽에서 55ml 해서 도합 85ml의 물을 뺐다. 다행인 건 이번에는 무릎에 빵빵하게 물이 차오르기는 했지만 통증은 없었기 때문에 어기적어기적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물리 치료만 받았는데, 이 주 간격으로 물이 찼다 보니 두 번째 방문 때에는 주사를 맞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스테로이드 주사도 한 방 맞았다.
처음 물 찼을 때는 그때가 처음이라서 조금 낯설고 걱정되는 마음과 무릎이 뒤틀린 듯한 고통이 있어서 아픈 기억이었던 거지, 사실 나는 아픔에 꽤 무딘 편이라서 아파도 그냥 아프다고 하고 마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번이나 짧은 기간에 무릎에 이상이 생기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이 영 찜찜하다. 이게 무릎에서 나온 물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탁하고 노란 물이 찰랑거리는 트레이를 보여 줬을 때 진짜 무슨 이상이 생긴 거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밀려왔다.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제일 무력하게 만들 때가 바로 이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다. 예약된 다음 진료까지는 한참 남았고, 당장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그리고 또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런 것들이 한데 뭉쳐 평온하던 내 일상을 가끔 짓누른다. 다행이도 동네 병원을 다녀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릎은 다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덩달아 내 마음도 쪼그라들어 버린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다음 예약 날까지는 앞으로 약 이 주 정도 남았다. 그때까지 스트레스 덜 받고, 잘 먹고, 잘 견뎌야지. 내일의 하루는 건강한 하루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