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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인 에세이_술에 대한 이야기

술 마신 사람이 하는 술에 대한 반성문

by 시옷맨션 인사이트

어제는 급히 잡힌 팀 회식이 있었다. 가볍게 잡힌 자리라 안가는 것으로 팀장님께 공손히 말씀드렸지만,

재차, 삼차 권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나는 어제의 회식이 있기 전까지 거의 한 달 가까이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있었는데,

다시 몸에 술을 붓자니 깨끗한 도화지에 먹을 뿌리는 느낌이었다.

사실 안가려면 조금 더 완고하게 거절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으로 봐서

어느정도 술이 고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어제 일을 회상하자니,

머리가 조금 띵한 것이 괜히 마셨나 싶다.


술을 참 좋아했었다. 20대 때는 군대있던 시절을 제외하고서는 항상 술을 마셨던 것 같다.

매일 맥주 한 캔 정도는, 과장 조금 더 보태서 물 대신 이라며 마셨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고 몸 아까운 줄 모르는 행동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몸이 견딜 수 있지 않았나 싶다.그러나 불행인 것은 내가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치고 난 후 항상 술을 마시곤 했었다는 점이다.

웃픈 일이다.


요즘에는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그리 많이 들진 않는다. 술을 마시고 같이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전혀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다. 기껏해야 운동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비트코인 이야기가 전부다.

아! 여담으로 어제 회식자리에서도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혹시나 아직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처분하길 바란다. 인간지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전자책을 사고서 처음 읽은 책이 ‘아무튼, 술’이라는 책일정도로 술을 좋아했지만, 앞으로는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여나갈 생각이다. 나는, 우리는 매일을 향정신성 물질에 의존하고 있다. 술과 커피, 담배, 그 외에 도파민 터지는 것들. 어제 술 마신 사람이 할 이야긴 아니지만, 이것은 좀 아니다.


만일 평생을 직장생활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물론 나는 그럴 생각이 없지만), 오늘 내가 받는 월급은 당장 나를 위한 월급이 아니라, 미래의 나와 함께 받는 월급의 1/n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당장 월급을 나의 자산이 되지 않는 부분에 흥청망청 쓰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행동이다.


몸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쉬지 않고 술을 부어대는 내 몸은 당장 오늘만은 위한 몸이 아니다.

미래의 나까지도 함께 사용해야하는 육신이라는 뜻이다. 지금 젊다고 해서, YOLO라고 해서, 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오늘을 즐기자는 안일한 생각과 마인드는 미래를 칠흑같은 어둠으로 200km/s로 달려가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술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약간의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해야만 한다. 조미료가 과하면 몸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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