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내 별명은 ‘여행가’였다. 직업으로 할 만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여행 유투버 같은 직업이 그때에도 있었더라면, 정말 직업으로 했을지도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많이 다닌 건 회사원이 된 후였기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 여행 일정을 생각해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주말을 기다리며 평일을 보내듯, 나는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일상을 보냈다.
대학생 때부터도 여행가의 기질이 있긴 했다. 남들이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날 때, 나는 유럽여행을 위해 독일을 선택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유일하다 생각했고, 그 시절은 짧았지만 내게 많은 영향을 준 경험이 되었다.
가끔,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 중 어떤 여행지가 가장 좋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 답은 7년 전 호주 퍼스 여행 이후 변하지 않고 있다.
겉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여행이었다. 오히려 바쁜 회사일을 짊어지고 떠난 여행이라, 아침마다 회사 업무보기 바쁘고, 사막에서도 급히 통화하는 등 여행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떠나기 전부터도 바빴던 탓에, 왕복 항공권과 첫날 숙소 만을 예약하고 떠났고, 하필이면 연말 휴일과 겹쳐 렌트를 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그렇게 겨우 빌린 차를 타고 한 퍼스 여행은 그동안의 여행과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여행 기간 내내 나는 여행자로서가 아닌, 그곳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었다. 같은 지구에 태어났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르게 살고 있는 걸까? 자연과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고 쉴 틈 없이 살고 있는 걸까?
여유롭게 흐르는 퍼스의 시간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와 마주한 내 집은 닭장처럼 느껴졌다. 시차적응은 필요 없었지만, 내 마음의 적응 시간은 꽤 필요했고 남편도 나와 같았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내 마음의 일부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
언젠가,
우리 가족의 일상이 그곳에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