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외로웠던 나에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결혼식,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자리에 섰다.

by 잔생각

고등학교 때부터 참 가까웠던 친구들이 있다.

치열하게 공부하던 고3 시절부터,

신나게 놀고 마시던 20대까지,

같이 보낸 시간이 많은 만큼 내게 의미가 컸다.


그러다 내가 유독 이른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그리고 점점 더 멀어졌다.


나만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은 어느 순간 익숙해졌지만,

그 틈에서 나는 점점 소외된 사람이 되어갔다.


다른 친구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닿아 있었고,

아무도 나를 밀어낸 건 아니지만,

내가 먼저 저 멀리 가버린 것 같았고,

그래서 더욱 서운하고 아팠다.


노력하면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서서히 금이 간 사이를 다시 붙일 순 없었다.


그런 내가 오늘,

그 친구들 중 한 명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나는 늘 조금 빠르게 걸어왔기에

그만큼 내 아이도 많이 자라 있었다.


처음엔 어색함에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내 지난 시간을 조용히 증명하는 것 같기도 했다.


‘ 나는 그 시간 동안 이렇게 보냈다고 ‘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증명이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과 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흔들리던 감정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로소, 마음이 묘하게 정리되는 듯한 홀가분함.

이제는 굳이 관계를 붙잡지도, 외면하지도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긴 시간 외로웠던 나에게

“ 괜찮았어, 참 잘 살아왔어 ”

그 말을 조용히 건넬 수 있었다.


더 이상은 꿈에서 친구들을 만나지 않을 것 같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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