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오래됐을 뿐일까

by 잔생각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회사 후배가 오랜 연애를 끝내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연애 조언이라면 자신 있던 나는, 함께 술을 한잔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영화 한 편을 툭 추천해 줬다.


우리도 사랑일까?’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로,

새로운 관계의 설렘과 오래된 관계의 무료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다.


“너는 인생 영화가 뭐야?”라는 질문에

별 고민 없이 바로 떠오르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나는 예전부터 관계의 시작과 끝, 설렘과 권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던 날,

연애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던 20대의 나는

이 영화 속 대사 한 줄, 한 줄이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내 고민에 대한 뚜렷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 후배에게도 이 영화가 답을 줄 수는 없었겠지만,

긴 연애를 정리하던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얼마 전, 그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청첩장을 주고 싶다며 밥을 먹자고 했다.


그 후배는 어떤 답을 얻은 걸까?


사실, 연애뿐 아니라 모든 관계가 그렇다.

새로운 설렘과 익숙한 무료함 사이 어딘가에 있다.


설렘의 마지막은 대개 익숙함이 되고,

익숙함은 다시 권태가 되어 반복된다.


‘우리도 사랑일까 ‘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똑같다.

같은 장소, 같은 상황 속에서,

새로운 상대와 또 다른 권태를 반복한다.


새로운 것도 결국은 낡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낡아갔는지에 따라,

그 결말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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