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같은 해변에서, 또 다른 여름을 보낸다
지난 주말, 애매한 장마를 뒤로 하고 금요일 퇴근 후 갑작스러운 여행을 떠났다. 가는 길에 숙소를 예약하고, 깜깜한 도로를 달려 밤 12시가 넘어서야 속초에 도착했다. 졸린 눈으로 잠옷만 겨우 갈아입고 잠이 들었다.
새벽, 낯선 기운에 잠시 눈을 떴다. ’ 여긴 어디지?‘ 그새 여행을 온 것도 잊을 만큼 깊이 잠들었나 보다. 설렘을 안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물놀이를 좋아해서, 여름이 짧게만 느껴진다. 바다 물놀이는 여름이 아니면 할 수 없기에, 여름에는 최대한 체력을 끌어올려 주말의 짧고 잦은 여행을 즐긴다.
6월 말, 살짝은 차갑지만 너무 붐비지 않은 바다 물놀이는 놓쳐선 안 된다. 고성의 잔잔하고 맑은 바다는 우리 가족의 아지트다. 몇 년째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여름을 보낸다.
일요일 밤늦게, 잠든 아이를 뒤에 싣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피곤함은 다음 날의 나에게 맡기고, 우리는 부지런히 여름을 누린다.
돌아오는 길, 문득 우리의 여행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여행은 소비였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고, 돌아오는 길에는 무언가를 소진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다르다.
여행을 다녀오면, 그 사이에도 아이는 부쩍 큰다. 그리고 커가는 그 순간들을, 그 장소에 축적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장소에 다시 가는 걸 좋아한다.
그곳에 머문 계절, 아이의 얼굴, 함께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앞으로 기록될 여름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