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나폴리에 대한 추억
1. 지상은 위험하다. 최대한 지하에서 움직이고 최단거리의 지상 코스를 찾는다.
2. 중앙 광장을 돌파할때 태어나서 가장 빠른걸음으로 걷는다. 하지만 여유있는 관광객의 표정을 짓는다.
3. 지나가다가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특히 흑형들)
4. 길을 잘아는 사람이 앞으로 가고 짐을 더 많이 든 사람이 뒤로간다 (와이프 앞, 나 뒤)
5. 네모로 그려진 위험 지대를 지난 후 도심 코스에 돌입하면 한숨 돌린다.
6. 한숨돌린후 빠르게 주파하여 동그라미 친 숙소 아파트로 돌진한다.
7.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로마에서 4일, 피렌체에서 6일정도 머무른 후 소렌토로 가기 위해 중간에 나폴리를 들르기로 했다.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고 나폴리는 어려서 부터 많이 들어본 항구 도시로 "ooo의 나폴리" 라고 할 정도로 귀에 익은 도시였기 때문에 당연히 여행지에 추가했다.
그러나, 환불 불가 숙소를 예매하고 나서야 네이버 유럽여행 카페를 둘러보게 되었고 나폴리 치안에 대해 검색하다가 우리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 밤에 도착하여 걸어다가 지갑 통째로 뺏겼다.
- 길을 가는데 캐리어를 잡고 둘이 실갱이 했다. (본인과 도둑놈)
- 뒷 골목으로 잘 못들어가면 큰일 난다. (뒷 골목이 어딘지를 모르니 난감)
- 거리에 쓰러진 시체를 보았다.
- 나폴리역에 내리자 마자 악취에 쓰레기에 여기는 지옥이었다.
우리는 숙소 환불이 가능한지 에어비엔비 톡으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가 가려는 곳은 시칠리아자나 나폴리는 가자말자 ^^"
환불 불가숙소여서 안된다고 한다. 소통도 너무 어렵고 방법이 없었다. 와이프는 살아가면서 돈 날리는걸 가장 슬퍼하기때문에 20만원이 넘는 숙소비를 날리고 기차역도 수정하여 다른 곳으로 가는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드디어 한적하고 아름다운 이탈리아 서쪽 해안을 따라 기차를 달려 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캐리어를 묶어 둔 거치대에서 자물쇠를 풀고 등짐을 지고 역에 내렸다. 아직까지 좀비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 긴장하여 이리로 가냐 저리로 가냐로 실갱이를 하면서 언사를 높이기도 하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고 그곳에 도심으로 연결되는 최단거리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올라갔다. 그 에스컬레이터의 시간은 영원의 시간이었다. 아인슈타인 할베의 이론은 정확했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차려보니 숙소 앞이다. 우리는 땀이 흥건할 정도로 서로의 얼굴만 보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고 (사실 와이프를 따라가는 형국) 와이프가 서자 나도 섰다. 우리는 해냈다. 하하.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건 나뿐이고 와이프는 생각보다 안전해 보였다며 여유있게 갔다고 한다. (말좀 해주지)
이제 숙소에 들어가야한다. 복잡한 역 앞의 도로 가에 있는 아파트는 들어가는데만 30분이 소요되었다. 영어에 적힌 내용은 무슨 키를 받은 후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해야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나) 다시 전화로 알려주는 데로 넥스트 키를 받아 입실을 완료하면 된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1층이 0층이다. 즉, 첫 번째 지상 증은 0층이라고 부르고 대부분 집이 없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가 있고 상당히 가파른 계단이 있었다.
우리는 매우 피곤했기때문에 엘리베이터를 다고 싶었지만 이탈리아 여행중 엘리베이터가 되는 곳은 거의 없었기때문에 막연자실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순수 이탈리아어"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았다.
" 샬라샬라 콜로세움 이탈리아 본죠르노 ~~ " (무슨 문제있어요?)
"네 너무 피곤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은데 문이 안열려요 버튼도 동작안하네요 근데 괜찮아요 좀 있다가 계단으로 가죠머 "
"러ㅏ머라어ㅏ머라어마러" (알겠어요 잠시만요) (경비를 부른다 아주 큰 소리로!) (화내지 마세요 아주머니)
경비 아저씨와 그 아주머니는 격한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계속 빨간 얼굴로 지켜본다. 그리고는 아저씨는 호쾌한 웃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주었다! Grazie! 를 외치는 우리를 뒤로하고 시종일관 무표정이던 아주머니는 유유히 사라진다.
이제 밥을 먹어야 했다. 7번 규칙은 지킬수가 없게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굉장히 유명한 미슐랭 피자집이 있었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고 인근에 있으며 테이크아웃이 되어서 다시 한번 큰 마음을 먹고 나가기로 했다. 밤이 될 수록 위험할 것이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그렇게 저렿게 달리고 달려 기다리고 기다려 피자 두판을 받고 우리는 상기된 얼굴로 속소로 향했다. 그리고 와인도 한병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오늘 밤을 맛있는 피자를 즐길 요량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런데,
"오빠 우리 와인따개 없지 않아??"
"없지... "
이탈리에 와서 제대로된 피자를 처음 먹어보는데 와인도 없이 먹는다고? 우리 애주가 부부가? 큰일이었다. 이 복잡한 나폴리 도심에서 와인따개를 어디서 구하지? 우리는 거의 울먹이는 심정으로 찾고 있었고 피자는 점점 식어 갔다. 그러다가 한 가계에 들어가서
"Wine openner?? "
못알아듣는다.
"Vino open?"
알아 들은거 같다. 그런데 없다고 한다. 밖에는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Chao 를 하고 나가는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나와서 우리를 밖으로 안내하며 앞으로 쭉 가다가 횡단 보도를 건너 안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구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너무나 친절한 얼굴과 부드러운 웃음은 아직도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모든 이탈리아 남자들이 이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외에도 나폴리 시민의 친절함은 도를 지나쳤다. 로마와 피렌체 같은 대도시에 있다가 지방으로 와서 그런지 사람들의 이미지는 마치 우리나라 옛날 시골 사람들 (순수하고 막 퍼주는) 같은 느낌으로 다소 거칠긴 하지만 잘 웃어주고 너무나 친절했다.
특히나 영어도 서툴고 이탈리아어는 더 서툰데 까다롭기까지 해서 주문이 오래걸리는 우리를 기다려주고 설명해주고 웃어주고 했던 이탈이 나폴리아 사람들이다. 프라하나 빈에 갔을때는 영어를 한번에 못알아들어면 바로 인상이 굳어지는데 여기는 그런곳이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친절함은 내가 장담한다.
어쨋든, 우리 부부의 나폴리 런은 성공했지만 지나고 보니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9시가 넘어가자 거리에 모든 사람이 사라지는 공포의 순간을 목격하긴 했지만 아침이면 다시 활기찬 친절한 도시로 돌아온다.
자동차 경적소리와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난무하는 도심 거리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친절한 모습, 웃는 모습은 소렌토로 가는 내내 웃음을 짓게 했다.
"나폴리 오시는 분들 너무 두려워하지마세요 ~
아름다운 바다가를 끼고 있는 친절한 도시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