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뽀 Jul 07. 2023

천직을 찾아서

Just do it

나는 학원출신 18년차 개발자다.

보통 업계에서는 학원 출신 개발자들에 많이 디여서 그런지 내 면전에 대고 (내가 학원출신인지 모르고) 그런 개발자들 좀 안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다.

어쨋든 나는 컴공을 나오지 않았지만 개발자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길게 연속된 우연 때문이었다.



우연을 거듭하여 찾아낸 내 천직

다니던 중앙대를 휴학하고 당시 500만원이나 하던 (국비 지원 없이) S학원을 덜컷 지원했다. 사실 뭐하는지도 모르고 지원을 한터라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때 IT가 붐을 이루던 시대라 막연하게 IT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지원을 한터였다 (나는 화학공학도)


쌩뚱맞게도 내가 이길로 들어선 것은 우연에 우연을 거쳐 수년간 이루어졌는데, 그 처음은 군대에서 였다. 병장일때 막내가 들어왔는데 부산대 컴공이라고 하면서 C언어 책을 가져왔다. 이등병이 무슨 책이냐며 내가 보관하고 있겠다고 했는데 얼핏 For 구분이나 if 같은 직관적으로 알수 있는 내용들에 흥미가 이끌려 책을 보다보니 어느덧 완독을 하고 말았다. (너무 재미있었다)


제대를 한후 3수를 한터여서 나이가 무려 26살이 되어 조바심이 극에 달했다. 나는 사회에서 무엇이 될 것인가? 내가 과연 사회의 일원이 되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나는 닥치는 데로 무언가를 배워 나갔다.


 -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 공부

 - 한자능력시험 준비

 - 인터넷을 신청하고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라서 구매하고 열심히 Say club과 포커 게임 하기

 - 사회의 첫발을 디디며 편의점 새벽 알바 시작


등 생각나는 데로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배우고 하며 일상을 꽉꽉 채워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채팅을 하는데 누군가 재미난 사진을 합성해서 올렸길래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포토샾으로 했다고 했다. 다음날 당장 컴퓨터 학원에 포토샾 강좌를 등록하고 배워 나갔다. 세상이 이렇게 재미있는일이 있네 하고 매일 쓸데 없는 이미지들을 합성해가며 놀았다.


그리고 또 그러던 어느날 포토샾 선생님이 학원 무료 강좌가 있는데 들어보라고 해서 무료이고 할 일 없는 제대한 청춘이었으므로 들어보았는데 거기서 내인생이 결정되었다.


"아직 먼지 잘 모르겠지만 저걸 해야되겠다"


그리고 250만원짜리 거금 강좌를 신청하고 그 엄청난 과정을 수료해냈다. 정말 피토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2004년이 되어 들어간 곳이 S 학원이다. 그리고 난 그때부터 2005년 첫 출근을 시작으로 18년간 개발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누가 들으면 너무 황당한 이야기 겠지만 이 우연의 시작은


1. 군대에서 후임병이 C언어 책을 가져옴 (그 전에는IP 어드레스가 먼지도 모르고 타자도 독수리 타법인 상태인 완전 컴맹)

2. 제대하고 인터넷을 신청하고 열심히 놀다가 포토샾이라는 존재를 발견함

3. 포토샾을 배우다가 들은 우연한 강연에서 마이크로소포트 윈도우 서버의 세계에 발을 디딤

4. IT 분야에 강력한 매력을 느껴 다음 S학원에서 .NET 과정을 수료하고 첫 출근을 하게됨 (이걸 배우면서 군대에서 배운 C언어가 도움이 됨)

5. 본격 출근하여 현업 개발을 하면서 3번에서 배운 윈도우 서버가 강력하게 도움이 됨 나의 퀄리티를 100배로 상승 시켜줌.

6. 나중에 사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포토샾을 배운것이 큰 도움이 됨.



Just do it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기타 서적에서 많이 나오는 말중에 "무조건 실행하라" 라는 말이 있는데 나의 경우 너무 이 표현이 적절하다.

내 취미가 뭘까 나는 무엇을 잘할까 고민해봐야 20대에 고찰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무언가 닥치는 대로 관심사를 좆아 가다보니 현재의 나의 천직에 이르게된 것이다. 독서도 두번째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직관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빠르게 내가 할 일을 찾는 방법이었다.



2007년 7월 다니던 회사가 망했다

이게 얼마나 재미가 있었냐 하면 회사에서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하고 와서 집에 와서 밥을 시켜놓고 밤 12시까지 코딩을 했다.


 - 회사에서 만들던것을 좀 개선해보자

 - 맨날 하는 일을 좀더 빨리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 회사에서 하던걸 참고해서 발전시켜 다른걸 만들어보자.


이렇게 3년의 세월이 지났다.

나는 견고해졌고 편안해졌다. 팀장님의 말에 토를 달게 되었고 누가 내 코드를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라고 했다. 어떠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회사 생활이 3번째에 이르렀을때 병원 OCS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 회사가 망해버렸다. 그 무덥던 여름 노트북을 가방에 매고 동료들이랑 쓸쓸히 나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월급은 이미 3개월이나 밀린 상태라 채당금을 신청하라고 하는데 그런 의욕도 상실한체 좁디 좁은 원룸 내방에 앉아 무료하게 TV만 보았다.


"그래 우선 학교를 다니자. 졸업은 해야하자나"


그리고 복학 신청을 하고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는 찰라에 갑자기 첫번째 회사에서 내가 만들던 한 소프트웨어가 생각이 났다.


"지금 만들면 더 잘할거 같은데... "


그리고 곧바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 나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나폴리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