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의 의미
청진기로 듣는 소소한 이야기 #14
공간은 평등하다
아무리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작고 좁은 공간이라고 해도
사람이 임의로 그 공간을
'구석'이라고 부를 뿐
그 어떤 '구석'도
사람이 의미를 덧씌운
하찮은 의미의 '구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이 시리고 외로울 때
누군가 나를
꼬옥 안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작은 다락방 한 귀퉁이에
몸을 구부리고 들어가
엄마의 자궁처럼
나를 감싸 안아주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우주비행사의 탯줄과 같이
무한한 공간으로의 정처 없음으로부터
나를 붙들고 지탱해 주는
소중한
'구석'이 되지 아니하던가
서로의 무한한 확장을 포기하고
잠시 쉬며
세개의 평면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만남의 공간
그것을
나는
'구석'이라고 부른다
그렇기에
그곳은
무한하신 하나님이
유한한 인간을 만나주시는
유일한 공간일런지도 모른다
그곳은 마치
삼위일체 하나님이
몸을 낮추시어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
신비한 공간
그곳은
어느새
유한한 인간의
작은 신음을 들어주시는
무한하신 하나님의
열린 공간이 된다
하나님은
아마도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구석'에
관심을 더 기울이시는 것 같다
큰 소리로 외치는
여느 군중의 함성들보다
어느 한 귀퉁이
'구석'에서 흐느끼는
한 사람의 아픔에
더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다
마치
몸의 한 부분이 다치거나 아플때
그 곳이
잠시라도
몸의 가장 소중한 곳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정의하신
'구석'의 의미일까?
무한하신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곳이
어느 이름 없는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좁은 마구간
한 '구석'
말구유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