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에게

청진기로 듣는 소소한 이야기 #34

by 따뜻한 손

E에게


너와 함께한 오늘 저녁은 아주 특별했단다.

왜냐고?

그거야 네가 저녁을 샀기 때문이지 ㅋㅋㅋ


교회 중고등부에서 학생과 선생님으로 만나서 평생 나에게 얻어먹고 다닐 줄로만 알았던 네가, 어느덧 사회에 진출해서 직장에 들어가 고생고생해서 받은 월급으로 저녁을 사겠다고 하니, 선생 된 자로서 얼마나 기쁘고 대견한지 모른단다.


내가 원래부터 밥 사겠다고 하는 사람 절대 안 말린다는 거 너도 알고 있지?ㅋ


하지만 네가 받은 첫 월급으로 나에게 밥 사겠다고 했을 때 내가 극구 말렸던 거 기억하지? 그건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라고 말이야. (물론 엄마가 다 가져가시지는 않겠지만서도^^)


그리고 만약 엄마가 "됐다 뭐 이건 네가 고생해서 번 돈이니 이제 네가 관리해라"라고 하시면, 그제야 못 이기는 척~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다시 받으면 된다고까지 알려주었었지^^


부모는 자식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존재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오죽이나 부모님 속을 썩였었냐 말이지 ㅋㅋㅋ)


그리고 한 치의 예상도 벗어남이 없이 정말로 엄마가 그렇게 하지 않으시던?^^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암튼 이제야 내 차례가 돌아와서 감격스러운 저녁을 함께 먹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 적응하고 한 명 몫을 잘 해내기까지 힘이 들겠지만(그리고 벌써부터 손가락, 손목, 허리, 목 등등의 통증으로 직업병의 조짐이 슬슬 보이기까지 하다마는), 그곳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항상 너와 함께하기를 기도하고 응원한다.


다음 밥부터는 다시 내가 살게.

그건 이제 교회 선생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의 선배로서 사는 거다. 이 막막하고 삭막한 사회 속에서 맘 놓고 밥 사달라고 할 수 있는 선배 한 명쯤 있는 거... 그거 사회생활 쫌 할만하게 만드는 거거든^^


다음에 또 맛있는 거 먹으면서 끝없는 수다의 장을 열어보자고^^


알지? 우리의 마지막 카톡은 '와 너무 배불러서 숨쉬기 힘들어요' '배불러서 잠이 안 와요' 뭐 이런 대화로 마무리했었다는 거 ㅋㅋㅋ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냐~배불러도 자야지^^ 그런 게 다 직장인의 애로사항이다ㅋㅋㅋ 그럼 굿잠~^^ 내일도 수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