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1 정거장이기는 한데, 환승을 2번 하다 보니 40-50분 정도 걸립니다. (지금은 5 정거장, 1번 환승으로 줄었죠^^)
북적대는 전철 안에서 책을 펼쳐서 보는 사람은 아마도 제가 유일한 사람 같습니다. 더군다나 한 손엔 책, 한 손엔 펜을 들고 열심히 줄 치면서 읽는 사람은 저 말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ㅋㅋㅋ
환승하는 입구가 가까운 출입문엔 사람이 많아 책을 읽기 힘들어서, 환승구 가까운 출입문에서 일부러 2-3개 떨어진 칸을 골라서 탈 정도니까요.
눈으로는 책을 보지만 이어폰으로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많이 듣습니다. 클래식, 재즈, CCM, 현악 협주, 첼로 독주, 기타 연주, 피아노 연주를 주로 듣습니다.
악기마다 특성이 있어서 각 악기마다 몸의 여러 부분들을 깨우는 역할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피아노는 온몸을 주물러 깨우는 듯, 기타는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듯이, 첼로는 누가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듯이, 현악 협주는 동네 친구들이 함께 나가서 놀자고 대문 밖에서 부르듯이 말이죠.
음악은 책을 읽는데 나름대로의 유익을 주는데, 아마도 생각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서 더 깊게 더 맛있게 생각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전철에 기대어 서기도 하고, 종종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계단이 나오면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럽게 오르고 내리면서, 생각의 시동을 걸고, 쪼개어 다듬기도 하고, 쓸데없는 생각은 정리하고 걸러내서, 병원에 다다를 때쯤에는 작은 생각의 요리 하나가 탄생합니다.
왜 많은 철학자, 작곡가, 작가들이 산책과 묵상을 즐겨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막대사탕 빨아먹듯 다음에 또 꺼내서 음미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작은 앱에 생각들을 기록해 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병원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면서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봅니다. (그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가볍게 슈~웅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아무리 날아가는 물리법칙을 알고 있더라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날아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으면 정지화면처럼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땅만 보고, 책만 보고, 좁은 공간에서 했던 생각들을 하늘 위에 던져 놓고, 오늘 훌훌 떠나가도 의미 있고 소중한 생각이었는지 최종 테스트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