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시에 하는 생각의 루틴

청진기로 듣는 소소한 이야기 #33

by 따뜻한 손

아침 출근을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전철로 출근합니다.


총 11 정거장이기는 한데, 환승을 2번 하다 보니 40-50분 정도 걸립니다. (지금은 5 정거장, 1번 환승으로 줄었죠^^)


북적대는 전철 안에서 책을 펼쳐서 보는 사람은 아마도 제가 유일한 사람 같습니다. 더군다나 한 손엔 책, 한 손엔 펜을 들고 열심히 줄 치면서 읽는 사람은 저 말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ㅋㅋㅋ


환승하는 입구가 가까운 출입문엔 사람이 많아 책을 읽기 힘들어서, 환승구 가까운 출입문에서 일부러 2-3개 떨어진 칸을 골라서 탈 정도니까요.


눈으로는 책을 보지만 이어폰으로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많이 듣습니다. 클래식, 재즈, CCM, 현악 협주, 첼로 독주, 기타 연주, 피아노 연주를 주로 듣습니다.


악기마다 특성이 있어서 각 악기마다 몸의 여러 부분들을 깨우는 역할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피아노는 온몸을 주물러 깨우는 듯, 기타는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듯이, 첼로는 누가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듯이, 현악 협주는 동네 친구들이 함께 나가서 놀자고 대문 밖에서 부르듯이 말이죠.


음악은 책을 읽는데 나름대로의 유익을 주는데, 아마도 생각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서 더 깊게 더 맛있게 생각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전철에 기대어 서기도 하고, 종종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계단이 나오면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럽게 오르고 내리면서, 생각의 시동을 걸고, 쪼개어 다듬기도 하고, 쓸데없는 생각은 정리하고 걸러내서, 병원에 다다를 때쯤에는 작은 생각의 요리 하나가 탄생합니다.


왜 많은 철학자, 작곡가, 작가들이 산책과 묵상을 즐겨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막대사탕 빨아먹듯 다음에 또 꺼내서 음미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작은 앱에 생각들을 기록해 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병원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면서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봅니다. (그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가볍게 슈~웅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아무리 날아가는 물리법칙을 알고 있더라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날아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으면 정지화면처럼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땅만 보고, 책만 보고, 좁은 공간에서 했던 생각들을 하늘 위에 던져 놓고, 오늘 훌훌 떠나가도 의미 있고 소중한 생각이었는지 최종 테스트를 해봅니다.


이제 병원 입구에 다다르면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나게 되죠.


하루를 열정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사랑할 준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