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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Jan 23. 2023

마음의 편 가르기

아파트 사유지에 들어오지 마시오

우리 동네에는 작년에 입주한 새 아파트 단지가 있다. 6동 정도의 소규모 단지인데 올해 지나가다 보니 단지를 둘러 담과 도어록이 설치되어 있었다.


“결국 저렇게 되는구나”


인천에서 입주민이 아닌 초등학생들이 놀이터에서 놀다 한 입주민에게 가방과 핸드폰을 빼앗기고 혼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댓글에는 없는 지역이 더하다며 공분하는 내용과 사유지에 왜 가냐는 비난글이 쇄도했다. 난 어디든 똑같구나 생각했다. 새 아파트뿐만 아니라 여기 입주 15년 정도 된 아파트 단지에도 담벼락과 도어록이 있다. 젊은 경비원도 상주한다. 여기서 6년을 살았지만 출산 후에 본 남의 아파트 담벼락은 애엄마가 되자 새삼스럽게 서글퍼졌다.


활발한 아이는 놀이터를 좋아했고, 오래된 우리 아파트 놀이터는 낡고 사람이 없었다.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면 아이를 데리고 주위 놀이터를 놀러 다녔다. 소박하게나마 다양하게 놀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그때 처음 남의 아파트 담벼락의 존재를 실감했다. 못 들어가는 단지가 이렇게나 많구나.


작년에 입주한 새 아파트는 입주 초기에는 담이 없었다. 다만 출입구마다 래미안 사유지니 외부인은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었다. 흠칫했지만 새 아파트 구경도 하고, 놀이터에 아이를 놀리려는 마음에 들어갔다. 놀이터에는 미취학 아이들이 가득했고, 조금 놀다 보니 경비원이 돌아다니며 어른들에게 몇 동 어디에 사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안 가겠다는 아이를 달래며 도망치듯 나왔다.


처음엔 이해가 안 갔다. 너무 시끄러워서 그러는 건가. 어차피 커뮤니티 시설은 외부인이 못 가는데 왜 놀이터조차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인가. 아이 때부터 입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놀이터부터 거부당하고 친구들끼리 커뮤니티 시설 카드가 없다고 같이 안 논다고 말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아직 어린아이가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상상조차 싶지 않다. 난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다 같이 어울려 놀고, 친구네 들러서 간식이나 밥도 얻어먹는 등 이웃에 대해 좋은 추억이 많다. 안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별로 없는데 너무 어릴 때부터 빈부 격차와 편 가르기를 경험하지 않나 걱정이 된다.


“너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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