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 남편

첫 번째가 되고 싶은 욕심

결혼 후 여자의 욕심은 하나다.

아, 나만 그런가. 내 욕심은 하나였다. 남편의 첫 번째가 되는 것. 단순하게 생각했다. 너는 내 첫 번째가 되니, 나도 너의 첫 번째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 결혼이라는 건 영원한 첫 번째 내 편을 만드는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신혼 때 부부싸움은 그 기대에서 출발할 때가 많았다. 너의 첫 번째는 내가 아니었다. 부모님. 네가 내 가족이 되었는데 왜 내 부모의 비위를 맞추지 않지? 아마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현재의 난 관심이 없다. 네가 내 편이든 말든. 무수하게 쌓여온 배신감과 슬픔과는 별개로 내 아들이 등장한 순간부터 너도 내 첫 번째가 아니니까.

남의 편.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고 부른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혼 후에도 부모님이 최우선인 남자는 꽤 흔한 듯 보이니 결국 내 욕심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생겨 생활에 치이자 그런 생각하고 있을 겨를도 없었다.

남자아이지만 눈치 빠른 아들은 엄마 편이었다. 남편도 아들 사랑은 지극하지만 워낙 불같은 기질에다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부족했다. 남편에 대한 감정이 불편해질수록 아들에 대한 사랑은 커졌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 그러자 깨달음이 왔다. 이거구나. 한국 어머니들의 지독한 아들 사랑.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허무함을 아들과의 사랑으로 채우려는 거였다.

무너진 부부 관계는 불행한 자식을 만든다.

아들 자체는 다행히 별로 걱정이 안 된다. 벌써부터 유치원 여자친구에게 엄마 목걸이를 갖다주고 싶다고 하니 미래에도 엄마에게 선 잘 긋는 아들일 것 같다.

엄마도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지 않도록 노력할게,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행복이 최우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