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완치에 대한 희망

나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날이 오긴 할 것인가

by 시린

ADHD 치료 7개월차, 알약을 잘 삼키던 아이는 콘서타 18mg을 나무토막이라고 부르며 삼키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 못 삼기겠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반드시 먹어야 학교에 갈 수 있다며 아침마다 실랑이를 하고, 이틀이나 학교에 지각하고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받던 날, 출근길에서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쉬운 일이 없을까.

조금 괜찮나 싶으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고, 좀 살만 하다 싶으면 또 힘들게 하는 너.


메디키넷보다 더 작은 콘서타를 삼킬 수 없다는 아이가 이해되지 않았다. 메디키넷이 캡슐형이라 표면이 매끄럽긴 하지만 크기 자체는 더 크다. 계란말이에도 넣어주고, 밥에도 숨겨보고, 한 시간이나 일찍 깨워서 먹여 봤지만 아이는 한 시간 반 동안 고집스럽게 콘서타를 물고 있었다. 때려도 보고, 윽박질러도 보고, 별 짓 다 했지만 등교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천성이 모범적인 나는, 계속되는 지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주치의에게 약 교환을 요청했다. 의사와 놀이치료사는 아이가 메디키넷을 먹어도 너무 산만해 보이니 콘서타를 계속 먹일 것을 권유했지만 그전에 내가 죽을 것 같았다. 가능하다면 입을 벌려 쑤셔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전에 그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세상일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조물주는 아이를 보낸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이 세상에서 육아만큼, 내 아이만큼 세상에 가장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그래서 가장 이해하고 싶지만 너무나 이해하기 힘든 내 자식, 아무리 노력해도 잘되지 않는 일이 육아 말고 또 있을까.


약을 안 먹겠다고 울부짖는 아이에게 나는 솔직히 말했다. 이 알약은 사실 뇌발달을 위한 영양제가 아니며, 네가 병이 있어서 먹는 약이며,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안 먹는 옵션은 아예 없다고. 자긴 아프지 않다고 외치는 아이가 본인이 병이 있다는 내 설명을 이해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자기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마음속에서 자꾸 움직이게 만든단다. 열심히 노력해서 이 정도 움직이지 않는 거란다. 자기의 노력을 왜 알아봐 주지 않느냐며, 자기의 노력이 보이지 않느냐며 울었다.


나는 네가 아니라 모르겠다고 했다. 지치고 힘든 나는 또 아이를 외면했다. 너를 담아내기에 내 그릇은 너무나도 작다. 내 바닥은 지치지도 않고 계속 깊어진다. 이제 그 끝을 모르겠다.


나는 다시 메디키넷과 콘서타의 효능을 다시 찾아보았다.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다시 대면했다. 메디키넷과 콘서타에 전두엽 발달을 도와주는 효과는 없으며, 일시적으로 뇌에 작용해 차분하게 만드는 일회성 효과밖에 없다. 몇 년을 먹게 될지 모른다. 성인이 돼도 ADHD가 낫지 않을 수도 있고, 평생 먹어야 할 수도 있다. 알고 있었다. 낫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싶지 않았다. 내가 노력하면 내가 잘하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했으니 분명히 나을 수 있을 거라 내심 믿었다.


나는 잘할 수 없을 것만 같다. 한 달치 받아온 항우울제를 다시 뜯는다. 속단은 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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