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사용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업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나 비영리 기구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훈련비와 출전비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해 출전한 선수도 있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은 다양한 목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결과물의 형태에 따라 구분한다. 자금 조달에 참여한 대가를 제품이나 서비스와 같은 결과물로 보상받게 되는 형태를 보상형(Reward-Based) 크라우드 펀딩, 경제적 보상이 아닌 타인을 돕는 기쁨과 같은 보상을 받게 되는 형태를 기부형(Donation-Based) 크라우드 펀딩이라 한다. 이밖에 금융 관련 목적으로 대출형(Lending-Based), 투자/지분형(Equity-Based)의 형태가 있다.
인터넷 발전과 더불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빠르게 퍼졌다. 불특정 다수가 투자하는 구조상 많은 이들에게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면서 크라우드 펀딩의 확산에 큰 도움이 됐다. 크라우드 펀딩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프로젝트가 자금을 조달해 실제 제품을 양산할 수 있게 됐지만,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사기(Scam)이거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의 문제점이 대두됐다. 기부형, 대출형 등은 논외로 하고,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크라우드 펀딩 중 대중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의 모금 성공률은 높지 않다. 글로벌 통계 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2018년 1월 킥스타터의 프로젝트 성공률은 35.9%로 집계됐다. 킥스타터는 2015년과 2016년에도 약 31%의 성공률을 나타냈는데, 다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의 성공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모금에 성공했더라 하더라도 실제 제품이 계획된 일정보다 크게 늦어지거나 실제 제품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과거 펜실베이니아 대학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연구에 따르면 킥스타터 프로젝트의 75%가 계획된 일정에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아예 프로젝트가 실패한 경우로 나타났다.
개발과 생산 과정에 문제가 생겨 일정 기간 지연될 수 있지만, 거의 1년이 넘어가도록 제품을 받아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사기가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속해서 진행 상황은 업데이트되지만, 과연 제품이 과연 나올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킥스타터나 인디에고고에 후원하면 그냥 잊고 지내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투자한 제품도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생산이 되고 있지 않고, 일부 제품은 받았는데 불량에 가깝기도 했다).
작년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16GB의 USB 메모리가 2TB로 둔갑해 (!!??) 버젓이 펀딩이 진행됐던 황당한 사기 사건처럼, 애초에 사기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있다. (애초에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도 문제지만, 이런 사기를 걸러내지 못한 플랫폼의 잘못도 크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할 경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일정보다 늦더라도 제품이 완성되어 받아보면 최소한 후원한 의미가 있지만, 사기 프로젝트에 후원해서 돈을 날리는 경험은 누구라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기 전,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하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
1. 프로젝트 내용과 제작자에 대해 검색한다.
다른 사람들이 해당 프로젝트와 제작자에 관해 이야기한 내용을 검색한다. 제작자나 프로젝트 관련자가 이전에 어떠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평판을 조회해본다 (물론 멀쩡한 회사처럼 보여도 문제는 발생한다).
2. 다른 후원자를 살펴본다.
프로젝트에 많은 후원자가 있다고 해서 신뢰할만한 프로젝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일부 후원자들이 사기에 동원된 사람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원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Backer들의 코멘트와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3. 제품 이미지와 영상 확인
일부 프로젝트에서 본인들이 시제품으로 제작한 제품이 아닌 다른 프로젝트에서 진행했거나 실패한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도용하는 때도 있었다. 다른 제품을 도용하지 않았는지 기존에 출시된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다른 제품의 이미지를 도용해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4. 비현실적인 일정과 제품 사양 확인
제품이 현실적으로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 최소한의 판단이 필요하다. 하드웨어 제품의 경우 아무리 시제품이 있더라도, 양산 단계에서 어떠한 생산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빨리 제품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일정을 무리하게 세워둔 프로젝트는 의심해야 한다. 또한, 제품 사양이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과 비교해 크게 뛰어나거나 과도한 사양을 지니고 있다면 구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정을 제대로 지킨 제품 비율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면 일정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접어두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세상에 없거나, 기존 제품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구매해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 받아본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이 기대 이하면 계속해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지속해서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미 2012년부터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해 성공을 예측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프로젝트의 위험도를 계산하는 알고리즘도 점차 정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면 30%대에 머무는 펀딩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후원자의 만족도 또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아예 크라우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결코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 때문에 개인적으로 화가 나서 쓴 글이 아님을 밝힌다. 이 글은 원래 2018년 초에 매체 기고용으로 작성한 글을 수정, 편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