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나의 작은 사람은 참 많이도 나를 닮았다.
고작 9년. 해가 바뀌면 이제 겨우 10년이 되는 너의 짧은 생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는 자꾸만 거울을 보는 기분이 든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해 눈을 반짝이는 너. 그 호기심 가득한 눈매부터 반듯한 코,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어쩜 그리도 판박이인지. 만일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꼭 너 같은 모습이었겠지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하지만 껍데기만 닮았을 뿐, 그 안에 담긴 영혼의 크기는 네가 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지금의 이 혼란스러운 시점에서도 너는 너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아니, 나보다 훨씬 대담하고 용감한 소년으로 자라고 있으니까. 나는 매일 너라는 작은 사람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고백하자면, 나는 겁쟁이였다. 어릴 적 부회장 선거에 나가 딱 한 번 떨어진 뒤로는 다시는 반장 선거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당선되어 얻을 기쁨보다, 떨어져서 겪을 창피함이 내겐 더 크고 무거웠거든.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어른으로 자라버린 것이다.
그런데 너는 달랐다. 지난 3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너는 혼자 연습장에 연설문을 끄적이고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등교했지. 엄마는 나중에야 알았다. 네가 남부회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아, 그래서 아침부터 방에서 꼬물거리며 준비했구나" 하고 무릎을 쳤으니까.
그때 정말 기특했다. 나는 떨어질까 봐 도망쳤던 그 자리에, 너는 당당히 서 있었으니까. 회장 선거에서 한번 미끄러지고도 기죽지 않고 다시 부회장 선거에 나간 그 꺾이지 않는 마음이 나는 참 부러웠다.
그뿐인가. 2학기가 되자 너는 내게 말했다. 남부회장은 다시 회장 선거에 나갈 수 있다고. 또 나가겠다고. 그때 엄마가 너를 말렸던 거 기억하니? 겉으로는 "다른 친구에게도 기회를 줘라, 양보해라"라고 점잖게 말했지만, 사실 그건 내 두려움이었다. 또 떨어지면 네가 상처받을까 봐, 나의 옛날처럼 의기소침해질까 봐, 엄마의 불안을 너에게 덮어씌운 거였다.
하지만 너는 나의 좁은 마음을 보란 듯이 뛰어넘더구나.
"떨어져도 괜찮아. 그럼 좀 더 커서 전교 회장 나가면 되지."
그 말을 듣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너의 그 포부 앞에서 나는 얼마나 작아지던지. 나보다 훨씬 작은 몸을 가진 네가, 사실은 나보다 훨씬 더 큰 마음과 가슴을 품고 살고 있었구나.
대견하다. 나의 작은 사람아. 너는 내게서 태어났지만, 나라는 세계에 갇히지 않고 너만의 우주를 멋지게 넓혀가고 있구나. 나의 겁 많음을 닮지 않아 줘서, 나보다 더 근사한 남자로 자라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