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

by 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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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러 이름 모를 바다를 찾았다.


파도가 부서지듯 부딪혔던 그날,

마지못해 서로를 놓지 못했던 우리는


바닷물이 발목을 적시듯 한참을 차디찬 침묵으로

얼마 남지 않은 서로의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추억은 검은 멍처럼 구멍이 난지 오래였고 마음이

얼어 갈수록 상대의 따뜻한 입김만을 바라고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절벽 끝에 다다른 아이처럼 두려움에

발길을 주춤할 뿐,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았고


힘들수록 막연함에 몸을 실어 흘러 가기만을 바랄 뿐,

끝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맞불을 짚여 서로의 화를 잠재우려 하였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고, 그때는 그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다.

흘러가는 모든 것에 의미를 두기에는 우린 너무 불완전했으니깐.


결국 서로의 끝을 마무리 짓는 순간까지도 무언가를 바라고만 있었으니

어쩌면 그때의 우리는 욕심이라는 단어만을 적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미숙 | 시린




배경사진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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