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신들에 의해 인간에서 다른 무언가, 주로 동물이나 식물로 '변신'하게 된 존재들의 이야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들은 보통 등장인물이 동물, 별자리, 식물, 무생물 등 다양한 무언가로 변신하며 마무리되는데, 이에 오비디우스는 ‘변신’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집대성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신화의 집대성답게 우주와 신들의 탄생으로 시작해서 로마의 건국과 세계 제패로 끝이 난다. 역시나 로마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작품인 만큼, 베르길리우스와 마찬가지로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찬양이 두드러진다. 특히 카이사르는 아예 신으로 격상시킨다. 아우구스투스는 당시 집권 중이었기 때문에 그를 신격화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카이사르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로 묘사되며, 죽으면 신이 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또한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는 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로마 이전에 쓰인 호메로스나 그리스 비극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신화가 모두 그리스 중심이었으나 베르길리우스와 오비디우스는 당연히 로마를 중심으로 썼다. 그리고 로마의 전신이 트로이로 여겨지는 만큼, 트로이를 직접 멸망케 한 아킬레우스나 오딧세우스는 악당처럼 묘사된다. 그나마 아킬레우스는 그 강함이 워낙 영웅적이라 그런지 덜하지만, 오딧세우스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비한 인물로 그려지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딧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한 활약들 덕분에 로마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트로이가 멸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신화 내용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리스 시대의 것이다. 로마와 관련된 것은 아이네아스 서사와 당시로서는 현재진행형이었던 군주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이기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신화의 결말이 승자인 로마의 번영으로 끝나는 만큼 지금까지도 그리스 로마 신화로 불린다.
<변신 이야기>는 대부분이 비극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여겨지는 만큼,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변신하는 것은 보통 비극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당하는 자는 대개 신에게 미움을 받는 인간이다. 호메로스를 읽을 때, 신들의 속좁고 치졸한 모습이 인간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면, <변신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신의 모습이 인간의 오만 방자에 대한 경고로 여겨졌다. 예나 지금이나 잘난 척과 오만함은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 사람들은 실제로 잘났는지와는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며, 시기심 많은 자, 폭력적인 자, 그의 능력이나 재물을 탐하는 자의 표적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인간의 오만을 경계하기 위해 신화를 통해 경고했는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잘났다 해도 신보다 잘날 수는 없으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다가는 신의 미움을 사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는 것. 그러니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속 좁은 신들로부터 얻기를 바란 것 같다. 물론 그저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만으로도 신들의 미움을 사는 것은 정도가 지나쳐 보이기는 하나, 당시 아름다운 여성은 뭇 가정에 불화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경계를 받았던 듯하다.
<변신 이야기>를 그저 신화 모음집으로만 본다면 인류의 위대한 작품 중 하나에 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나 <변신 이야기>에는 서사가 있다. 우주 창조부터 로마 건국까지, 신들과 인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로마 제국까지 이어졌는지를 설명하며, 그 안에 정치, 풍자, 문화, 그리고 서양인들의 정신이 들어있다. 특히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피타고라스의 독백은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인류의 사상 변화를 확연히 보여준다. 피타고라스는 허영일뿐인 종교적 의식이나 사상들을 부정한다. 동물이나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금지하고, 나아가 동물을 살생하는 것도 거부한다. 먹기 위해 죽이는 것도 거부하고, 곡물이나 알 같은 것에서 식량을 얻으라 권한다. 최초의 비건 선언이 아닐까. 그 밖에도 피타고라스는 만물이 물, 불, 땅, 공기 네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것이 상호 보완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윤회사상을 주장하기도 한다. 피타고라스의 이런 철학적 사상들은 신화를 이야기하는 전체 작품과 매우 이질적인데, 마치 인류가 신화의 시대에서 지성의 시대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비디우스는 피타고라스의 사상과 말을 통해, 신화에서 변신하거나 죽거나 다시 태어나는 자들이 각자의 업보에 의해 그런 일을 당한 뒤 환생해서 전생과 연계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신화의 이야기가 헛된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이 현재와 연결된다는 사상을 통해 거대한 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역시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신성화로 이어진다. 아부가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을 찬양하는데, 오비디우스가 아우구스투스의 명령에 의해 유배되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