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는 오늘도 무너졌다.
아르바이트를 다니는 동네 초입에 소박한 채소 과일 가게가 하나 서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로,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물건을 소복소복 쌓아 매대와 땅바닥에 늘어놓는 모양새가 여느 시골장의 풍경 같아 정겹기가 그지없는 곳이다.
나는 일을 갈 때마다 그 가게 앞을 지난다. 처음엔 '어차피 무거워 들고 가지도 못할 걸' 하면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 두 번 곁눈질하다 보니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김은 투박해 보여도 맛에서는 밀리지 않을, 실한 품목들이 자주 보였다.
오늘은 뭘 내놓으셨을까, 나도 모르게 궁금해지는 날이 많았다. '고질적인 네 어깨 통증을 몰라서 그래? 아서라, 아서.' 동하려는 마음을 스스로 일축시키고는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아까 그거 집어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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