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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Jun 02. 2021

세대 간의 텔레포트, 뉴트로

과거로 통하는 물건을 발견할 때 우리는 잠시 회상에 잠기거나, 마침 사람이라도 있으면 대화의 매개로 사용되곤 한다. 그 물건을 보며, 웃기도 울기도 애도를 표하기도 한다. 그리고 달라진 지금에 대하여 감격하기도, 씁쓸하기도, 외로워지기도 한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그 향수는 우리 사이에서 돌고 도는 이야기가 되고, 시대를 보여주는 단상이 되기도 하며, ‘레트로’라고 불리게 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레트로'보다 '뉴트로'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들리며 쓰이고 있다.


레트로는 30~50대 중장년층이 이미 경험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뉴트로는 10~20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옛날을 새로이 접하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새로운 복고,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과거의 흔적에서 새로움을 찾고 거기에 재미요소를 첨가해 현대적으로 즐기는 것을 '뉴트로 문화'라 한다. 우리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닌 요즘 세대도 함께 즐긴다. 지금과 과거의 세대 모두 소환하여 함께 즐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세대 간을 유연하게 연결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하는 그 시도의 단어가 꽤 기분 좋게 느껴진다.


이 움직임은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감정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이 강한 지금의 시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군중심리가 아닌, 무조건적으로 열광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 다름에 열광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모든 레트로가 뉴트로가 될 순 없다. 현재의 시대적 맥락과 잘 맞아야 뉴트로로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특히, 다양한 세대를 끌어안아야 하는 비즈니스를 하거나, 탄탄히 쌓아온 기존 기업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세대의 폭을 넓히고 싶을 때 뉴트로를 마케팅의 형태로 활용해왔다. 과거 감성에 요즘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포인트를 잘 믹스하여 표현한 케이스를 꼽아봤다.


◎ 대한제분 곰표

1952년에 창립. 사료가 매출 비중의 큰 차지를 자치하나, 제분은 창립 때부터 함께한 역사적인 상징성이 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고 한다. 기업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젊고 세련되게 바꿀 수 있을지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곰표’의 콜라보 대행진! 

패딩, 맥주, 밀가루 쿠션, 치약, 폼클렌징 등 콜라보에 제한된 영역이란 없는 듯하게 다양하다. 그래도 콜라보 기준이 있었다. 바로 '곰표'와 어울려야 한다는 것. 오리지널이 주는 느낌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재미요소가 있어야 콜라보를 추진해왔다. 이종 산업을 넘나드는 콜라보의 유연함과 협업의 명확한 기준이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요소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퍼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대한제분 곰표 콜라보 제품들


◎ 오뚜기 밥플레이크

누룽지는 더 이상 어르신의 음식이 아니다! 코리안 시리얼로 거듭나기 위해 오뚜기 밥플레이크가 나왔다. 기존 제품인 '옛날 구수한 누룽지'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자, 젊은 세대들에게 친숙한 시리얼로 재해석하였다.

시리얼의 간편함을 살리고자, 간단히 꺼내 먹을 수 있도록 스틱형 패키지로 낱개 포장하였다. 전체 포장 패키지는 과거 미국 시리얼 패키지를 연상시키듯 레트로의 느낌을 담았다. 바랜듯한 미색과 푸른색, 빨간색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이는 묘하게 누룽지의 색과도 어울린다.

초반 구매 시, 기프트로 제공했던 밥플레이크의 캐릭터인 '뚜룽지' 스티커와 식탁매트 굿즈는 누룽지의 텍스처와 복고의 느낌이 살도록 구성하였다. 굿즈를 자신의 표현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요즘의 흐름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특히, '오롤리 데이즈'와 함께한 건강한 습관 챌린지는 건강한 자기 습관 만들기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는 제품만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제품을 통해 기업의 진정성을 전달하여 팬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본 프로젝트에 진심으로 감동했기에, 앞으로도 베스트 케이스로 곰탕처럼 우려먹을 거 같다:))

(왼) 기존 오뚜기 옛날 구수한 누룽지, (오) 재해석한 오뚜기 밥플레이크


◎ 정훈남 JHN STUDIO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콘텐츠가 있다. 바로 유튜브 채널 정훈남 스튜디오의 8비트 콘텐츠! 90년대와 00년대 초반만 해도 픽셀 하면 다마고치와 오락실 게임, 집에서 했던 콘솔 게임, 플래시 게임 등과 함께 8비트 기계음이 있었다. 정훈남 스튜디오는 이 요소들을 살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대중가요를 8 비트음으로 바꾸고, 가수들의 안무나 동작을 픽셀 아바타에 입히고, 게임의 장면처럼 꾸민다. 추억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하는 덕에 동원, 정관장 등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부자연스러운 아바타의 기계적인 동작과 단순함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고도화된 그래픽 기술에 익숙한 세대에게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왼)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한 장면, (오) 동원참치 콜라보


◎진로 이즈 백

부모님이 즐기신 소주의 대명사였던 진로가 현재 젊은 세대의 주류문화로 정착하기 위해 움직였다. 언뜻 슬로건과도 같은 상품명인 ‘진로 이즈 백’은 과거 진로 소주에 심벌로 사용되었던 두꺼비를 캐릭터화 하여 요즘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꺼비'의 잔재주와 일상을 보여주며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만들고, '꺼비' 굿즈를 통해 귀여움과 친숙함으로 강력하게 팬덤화 하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의 소주가 자녀의 소주가 되고,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도 진 로이즈 백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왕! 크니까 왕! 귀여운 것이다. 

진로 이즈 백 '꺼비' 캐릭터


모든 뉴트로 마케팅이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찾아 맥락을 만들고, 브랜드의 시간의 축적이나 가치관을 반영하여 고유한 스토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엔 유행이라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닌 확고한 컨셉이 있다. 그래야 '뉴트로'라는 텔레포트를 통해 다양한 세대 사이에서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남아 사랑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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