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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Dec 05. 2021

와이(Why)로운 브랜드

친구의 생일선물을 준비하다 보면 기분 좋은 고민에 빠진다. 그 친구가 무엇을 좋아할지도 우선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물건의 브랜드를 그 친구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기 때문이다.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취향, 더 나아가 가치관까지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선물 고르는 거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된다. 


모든 기업은 자신의 브랜드가 오랫동안 회자되길 바란다. 그리고 나와 같이 어느 순간에 망설임 없이 떠올려 전파될 수 있도록, 브랜드는 전방위로 노력한다. 단지 기억 속에 이름으로 존재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도 쉽다. 어떻게 '기억'에 남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구전'에 옮기냐까지 고민해야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다. 


이 브랜드 왜 좋아해?


구전에 옮긴다는 것은 말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왜?’냐고 물어봤을 때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 구전은 소비자가 곧 미디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력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나에게 좋아하는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 주는 브랜드만이 이 시대에서 퍼지는 브랜드일 것이다. [기획의 정석]이라는 책을 읽다 접한 6WHY를 바탕으로 내가 '왜' 미디어를 자처하며 그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는지 생각해보았다.


1. 왜? 의미 있잖아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브랜드를 보면 눈길이 가고 그 브랜드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나 또한 마케터로 일하면서 이 브랜드와 협업하기 위해 항상 기회를 보고 있다(웃음).


노플라스틱선데이(no plastic sunday)

“우리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새로운 순환구조를 찾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함께합니다.”
쓰임을 다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곳이다. 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오픈 소스를 활용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들을 공유하고 지역 재활 센터와 연계하여 자원 순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노플라스틱선데이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구나 이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생산을 위한 설비 기술을 전파한다. 영리의 목적보다 더 큰 소명을 가지고 비즈니스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제작하는 키링, 홀더, 짜개, 비누 받침대, 독서링 등의 생활형 제품을 통해 일상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표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요즘 세대와도 맞물려 입소문이 난 브랜드이기도 하다.


2. 왜? 대세잖아

우리는 브랜드로 개성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남들보다 늦거나 다르면 불안해한다. 그래서 미디어가 된 소비자들이 자신의 SNS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대세의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모두 다 아는데 나만 모르면 안 될 것 같은 그 느낌. 대세감이란, 제품을 사는 사람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소비자들에게 안심 거리를 주는 것이다.


누데이크(NU DAKE)

‘젠틀몬스터가 디저트 카페를 만들었다고?’ 어느 날 SNS 피드에 디저트인가 예술 작품인가 싶은 피드가 올라왔다. 론칭하기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미 알만한(?) 사람들만 아는 그런 브랜드가 되어있었다. 특이했지만 이미 대세였던 누데이크를 마케터로서 놓칠세라 오픈하자마자 갔던 기억이 난다.

아트를 연상시키는 피드는 음식의 경계를 벗어나 하나의 작품 같다. 실제 카페에서도 디저트와 공간 오브제들이 잘 표현되어있어 인상에 대한 연결감이 좋다 느껴졌다. 갤러리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아트와 디저트 그 경계에 있던 우리의 생각을 꿰뚫듯 실제로 릴체리, 이슬아, 윤대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로 디저트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를 보면 아이아이컴바인드만의 오프라인 샵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매장을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 중 하나가 아닌, 브랜드의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처럼 말이다. 이제는 ‘안경=젠틀몬스터, 뷰티=탬버린즈, 디저트=누데이크’와 같이 기성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것을 넘어 ‘아이아이컴바인드’만의 별도 카테고리가 생겨난 느낌이다.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항상 실험적인 시도로 소비자에게 말 거는 브랜드다.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말 거는 브랜드가 성실한 브랜드이며, 오래 기억 남고 대세 브랜드가 된다. 하우스 도산을 안 가봤다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브랜드 세계관을 볼 수 있다.


3. 왜? 내 이야기야

공감과 진심이 들어가 있는 것.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는, 숨겨진 본성을 건드리는 것.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그 브랜드 안에 내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이건 나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남들도 저러나 봐’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그 브랜드에 호감이 가게 된다. 우리는 취향이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하지 않는가. 그렇게 우리는 ‘공감과 진심이 담긴’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다.


오롤리데이(Oh, lolly day!)

모든 이의 일상이 언제나 'oh, happy day!' 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을 모티브로 하여 다양한 작업을 하는 브랜드다. 일상 속의 작은 물건들이 인간의 삶을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다양한 제품의 쓰임새와 필요성에 대해 연구와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친절하고 다정하며 쓸수록 공감이 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오롤리데이의 방향성이다.

나처럼 물건에서 얻는 위로의 순간을 공감해주는 브랜드가 있다니! 일상이 점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바람이, 사소한 부분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그들의 메시지가 제품 곳곳에 녹여져 있다. 그리고 못난이 캐릭터는 우리를 피식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잘 쓰고 있는 오롤리데이 제품은 해빗 시리즈의 ‘원데이 원해피어 노트’이다. 매일매일 행복했던 순간을 적는 것인데, 쓰다 보면 생각 외로 하루에 행복한 순간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것에 놀라게 되고,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는 나를 볼 수 있었다. 행복하게 사는 삶은 무엇일까 항상 생각하는 나에게 실마리를 보여주는 브랜드이다.

그들의 소통 방식도 좋다. 노션과 유튜브를 통해 제작 비하인드와 제품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다뤄 제품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제품마다 사용법에 대한 예시가 포장지에 스티커로 부착돼 있다. 제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하길 바라는 오롤리데이의 세심함이 와닿았고 더 친근해지게 된다.


4. 왜? 내 생각과 같아서

브랜드는 인격체와 같아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고, 함께 숨 쉬며, 삶에 녹아들기 마련이다. 자신이 추구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브랜드가 모두 말해준다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자신도 그 정도의 정신 레벨로 상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꼭 정신적이지 않더라도 물질로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것을 보여주는 것도 이와 같이 받아들여진다. 교감 거리를 주는 것이다. 


밑미(Meet Me)

밑미는 작년 8월에 론칭하였으며,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의식적인 활동인 리추얼(Ritual)을 통해 일상에 의미를 더해준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 패턴은 형태상 습관과 같은 현상이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있다. 습관에는 '의미 부여' 과정이 생략되나 리추얼은 이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밑미에서 리추얼을 리드하는 메이커는 내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이다. 주부부터 직장인, 작가, 기업 임원까지 다양하다. 리추얼 프로그램은 영감 수집, 자기 전 감정 일기 쓰기, 출근 전 30분 요가, 음악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비건 음식 공유, 달리기, 집 가꾸기, 명상 등 소소하면서도 다양하다.

밑미 리추얼 프로그램에 종종 참여하는 편이다. 밑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들이 켜켜이 쌓이는 과정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살아가는 의미(why)를 찾아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밑미의 핵심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와 함께한다는 점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이해’하며 ‘응원’하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 지난 5월에는 밑미홈을 오픈하여 그들이 원하는 지향점을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장하고 있다.


5. 왜? 네 잘못이 아니야 

‘사실은 네 잘못이 아니야 문제는 이걸 안 했기 때문이야 이것만 하면 돼’라는 핑계가 되어줄 때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진다(갑자기 야나두가 생각나는 구만;;). 소비자에게 탓할 무언가, 즉 핑곗거리를 주는 것도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한달어스(Handal.us) 

30일 실천 기록 커뮤니티 플랫폼인데, 그들은 말한다. 함께하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는다고, 혼자 하면 약해질 수 있으나 함께하는 동료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고.
무언가에 도전해 성공할 확률이 혼자 하면 4%, 함께 하면 80%라고 한다. 행동하게 만드는 건 개인의 의지보다는 환경이라고 한다. 결심만 하고 시작하지 못한 도전이 있다면, 혼자라서 엄두가 안 났던 시도가 있다면,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달어스에서 이룰 수 있다. 

여기는 두 기수 정도 참여했었다. 나에게 한달어스는 좋은 핑곗거리였다. ‘혼자 잘 못 하는 건 당연해, 괜찮아, 너를 탓하지 마, 같은 위로와 목적을 가진 멤버들과 함께한다면 혼자보다 더 빨리 이룰 수 있어!’라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결실을 얻었다.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며, 내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해보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고 표현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고마워요(윙크).


6. 왜? 그냥 이거니까

각 분야의 리더 브랜드들의 소통 방식을 보면 주로 본질을 다룬다. 리더 브랜드들이 니치 마케팅을 콘셉트로 설정하면 어딘가 ‘좀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라는 물음에 ‘그냥 이거니까’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주로 나이키, 애플 등과 같은 메가 브랜드들이 이러한 콘셉트로 소통을 하는데,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가며 제품의 사용성 어필에 열 올리지 않는다. 이미 그 제품이 괜찮은 것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업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제품을 만드는지, 고객을 위하여 어떤 고민을 하다가 제품이 탄생했는지, 철학(DNA)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더 와닿는다. 이 부분에서 로열티가 형성되고 우리는 팬이 되어 구전하게 된다.



6WHY에 의해 내가 구전했던 브랜드들을 모아놓고 보니,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를 주어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 함께하는 브랜드가 주로 눈길이 간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렇게 브랜드와 나와의 애정 관계가 시작된다. 브랜딩 되어가는 과정이다. 브랜딩은 기업이 애초에 계획했던 A to Z대로 이뤄질 수 없다. 그 과정에는 항상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브랜딩은 ‘무조건 예산과의 싸움이다’라는 인식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 구전되는 브랜드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왜’라고 물었을 때 내가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정체성)를 주는 것, 그것이 브랜드의 컨셉이 되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브랜드 컨셉을 꾸준하게 표현 해내 간다면 그 진정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점점 모이게 되고 곧 응원하는 팬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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