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은 반드시 분리하여 바라봐야 할까?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했던 워라밸을 넘어, 이제는 일과 삶을 적절히 섞어 행복을 추구하는 워라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 또한 워라밸을 추구했었다. 하지만 일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하는 공간에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삶 전체가 행복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일과 삶을 각각의 대상으로 분리하여 생각한다는 게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잘하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과 연결되는 일을 찾아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까하는 생각으로 가득 찬 요즘이다.
공간도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더 가속화된 원격근무로 일의 공간과 일상의 공간과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앞으로 워라블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이상 회사-집 공간의 물리적인 경계를 정의하는게 의미 있을지 모르겠다.
로컬스티치를 발견했을 때, 워라블의 시대에서 공간은 이렇게 펼쳐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초반에 로컬스티치를 일과 주거 공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좀 더 알아보니 기업으로서 사회적인 공동선(善)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동네(Local)와 사람들을 엮어서 한 땀 한 땀 비즈니스를 만든다(Stich)는 브랜드 철학을 담은 이름름 로컬스티치. 2013년 동네 호텔 사업으로 시작한 로컬스티치는 2015년 국내 최초의 코리빙 & 코워킹 브랜드로 새롭게 출발하였디. 지역과 공간의 특성을 살린 로컬스티치의 지점들은 모두 다른 모습과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게 특징이며, 서교지점을 시작으로 현재 17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로컬스티치 김수민 대표는 인문학을 전공하다 넘어온 늦깎이 건축 학도이다. 그래서인지 건물을 부동산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이 담고 있는 스토리와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간을 개발한다.
그 예로 시청 지점의 경우, 1964년에 한국 최초 핀란드식 사우나와 립바비큐 요리 등 신문화를 선보였던 당대의 유명인사들이 모여들던 60년 전통의 '신신호텔' 공간의 헤리티지를 살리면서 로컬스티치만의 색을 얹혔다. 스테이 공간을 최대한 살리고,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본인의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가미된 부티크 컬처 살롱을 콘셉트로 거듭난 것이다. 실제 공용 라운지에 있는 조명과 쿠션 등이 모두 로컬스티치에 입주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이었다. 공간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선은 건축가로서 문화예술을 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네 호텔로 시작한 로컬스티치는 호텔을 운영하던 중, 로컬스티치를 좋아하는 특정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주로 사진작가, 디자이너, 아티스트,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주 방문해서 일에 몰두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공용 공간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뜻이 맞으면 서로 협업까지 한다는 것이다. 단기 투숙이 아닌 몇 개월씩 장기 투숙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로컬스티치는 그러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고, 지내면서 일할 수도 있는 신개념인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로 다시 태어났다.
로컬스티치가 생각하는 타깃은 표면적인 요소인 직업군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자신의 전문성과 성장을 갈망하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여 생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도시 생산자들이라고 한다. 이는 제품품/서비스와 같은 산출물 중심의 사고가 아닌, 고객이 원하는 욕구에 집중하여 탄생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이며, 다른 공유 오피스 및 호텔과는 차별화된 로컬스티치만의 브랜드 가치이다.
로컬스티치 스피릿의 시작은 소셜다이닝 ‘월요식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셜’ 이름만으로도 로컬스티치가 얼마나 네트워크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간이 지나 로컬 호텔, 코리빙&코워킹까지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로 피봇팅 되어가지만, 그 가운데서도 '네트워크'는 항상 로컬스티치 비즈니스의 핵심 키워드이다.
물론 다른 공유 오피스도 네트워크를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타 공유 오피스의 네트워크는 플랫폼으로서 접근한 멤버십 할인, 이벤트, 자기 계발 프로그램 등으로 일방향적인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로컬스티치의 네트워크는 입주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나가며, 더 나아가 주변 동네와의 네트워크도 함께 고민한다. 일찍이 호텔 비즈니스를 할 때부터 주변 상권의 매출을 올려주고, 외지 사람들도 동네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동네 가게들을 연결한 네트워크형 코리빙 공간으로 개발하였다. 또한 스몰 브랜드 등 창업자들이 로컬스티치 공간을 통해 비즈니스 실험 또는 협업을 진행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로컬스티치 자체가 예비 창업자들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 직접 네트워킹에 참여하기도 한다.
제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살 거란 생각이 많아요. 로컬스티치 소공점에서 인테리어 설계를 하다가 다음 날엔 로컬스티치 홍콩점으로 이동해서 일하는 삶. 앞으로 멤버들이 점점 늘어나면 새로운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로 확장되고, 더 많은 협업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로컬스티치를 좀 더 보려고 한다. 로컬스티치는 얼핏 보면 공간 사업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로컬스티치는 매니지먼트에 집중하는 브랜드라고.
로컬스티치는 '내일상점'이라는 매니지먼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품은 입주 멤버들이 비교적 작은 리스크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수익 공유 형태로 투자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창업을 꿈꾸던 바리스타는 대흥점에 루아르 커피 바를 열었고, 말레이시아에서 온 셰프는 서교점 입주 멤버들의 입맛을 사로잡더니 연남점에 ‘아각아각’이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이 외에도 여행사와 서점을 겸하는 동네 책방, 홍대 감성이 가득한 바버숍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이렇게 로컬스티치는 본인만의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선보이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테스트 공간을 제공하며 비즈니스 기회와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로컬스티치의 비즈니스 구조는 자연스럽게 도시 재생에도 기여하고 있다. 낙후된 여관이나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동네 가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주변지역을 재생시키고 상권을 활성화였기 때문이다.
요즘 망원동, 서촌 등 지역마다의 특색이 살아나고 있는 로컬 브랜딩 흐름에 발맞춰 주거, 오피스 공간도 지역문화의 색을 입힌 로컬스티치의 전략은 천편일률적인 공유 오피스 사이에서 특색을 갖추게 되었고, 실제 개성과 가치 있는 소비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의 코드와도 연결된다.
이 비즈니스 구조는 건물 임대 업자에게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건물주들은 자신의 건물에 무엇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가치가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장 임대료를 조금 못 벌더라도 로컬스티치 같이 건물 가치를 올리고 주변 상권을 살리는 방향이라면 추후 큰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영혼이 있는 소비의 시대에 발맞춰 공동선을 고려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방향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진정성이 고객에게 공감을 이끌고 로열티를 만들며, 구매에서 끝나지 않고 기업이 학습할 수 있도록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이 곧 비즈니스 효과를 극대화하는 선순환의 구조이다.
로컬스티치는 고객뿐만 아니라, 도시, 스몰 브랜드와의 관계를 통해 함께 공존하며 이뤄내는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다. 이러한 로컬스티치의 문제 해결 방식과 가치에 지자체와 투자사가 공감하여,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지정되었으며, 시리즈 A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 133억을 돌파하였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우리가 살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고 또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보내잖아요. 저는 그 두 공간이 아무리 공유 공간이라도 각자 저마다의 취향이 있기에 더 나은 삶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 고민을 하는 유일한 회사가 로컬스티치여서 주저 없이 투자했죠.
로컬스티치를 통해 워라블 시대에 공간이 주는 가치와 상생이라는 사회가치를 기업의 입장에서 어떻게 면밀히 실천해 나가는지를 볼 수 있다. 곧 통영지점이 오픈 예정이라고 하는데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