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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Apr 19. 2022

희녹 : 사람과 지구를 향한 에티켓

우린 2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월 18일부터 마스크 착용은 그대로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면 해제되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일상도 팬데믹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매일같이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를 쓰고, 소독제를 뿌리던 우리의 습관은 금세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 습관화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개인의 위생뿐만 아니라 서로를 지키는 에티켓이라는 것을. 마스크까지 벗는 세상이 와도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집에 항상 구비하고 있을 것 같다. 감기 걸린 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주저 없이 사용할 테니까.


 코로나를 통해 배운 것이 또 하나 있다. 지구 생태계 파괴 과정에서 나오는 변이 현상들이 바이러스 출몰에 더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자연은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닌 공생하고 보육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절실한 순간이다.


 지구와 위생이 범세계적인 어젠다인 가운데, 여기 사람과 지구를 향한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브랜드가 있다. 푸르르길 희망하는 브랜드 희녹이다.




희녹(hinok)

'푸르름(綠)을 바란(希)다'는 의미가 담긴 희녹은 로레알과 아모레퍼시픽에서 상품개발을 담당하던 박소희 대표가 “자연에서 답을 찾고, 자연을 위한 답을 찾는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2021년 4월 론칭한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다. 향균 탈취제를 비롯해 생활을 청결하는 제품을 주력으로 삼는다.



엄마라서 더 와닿은 

안전에 대한 고민


 희녹의 박소희 대표는 아이 돌 답례품으로 손 세정제를 준비하려고 했었는데 전성분을 봤더니 화장품에 비해 화학 성분이 너무 많이 구성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일상에서 화장품만큼이나 자주 손이 가지만 아직까지 생활’화학’ 제품으로 분류되어있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안전한 생활용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2021년 4월, 그렇게 희녹이 첫 출시한 제품은 편백 원액을 담은 탈취제 ‘더 스프레이’이다.


 ‘더 스프레이’ 제품은 편백 원액 100%를 담았다.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 아님에도 피부 무자극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25가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포함하지 않아 예민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아이를 낳고 깨달은 것은 나만 잘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더불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에티켓이라고 생각했죠. 매너는 지키면 좋은 것이고, 에티켓은 꼭 지켜야 하는 거잖아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연을 위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희녹의 목표예요.”
-LongBlack 인터뷰 중-



왜 제주도 

그리고 편백나무일까


 희녹의 정수는 제주도 아라동과 애월에 30년 수령의 편백나무숲에서 나온다. 왜 제주도와 편백나무일까? 제주도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수분이 가득한 화산화토가지고 있으며, 편백나무는 해충에 강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청정을 상징하는 제주도와 피톤치드의 상징인 편백나무, 각각 대상이 주는 상징성은 희녹의 첫 시작을 탄탄하게 만드는데 기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희녹을 접하기 전에 다른 브랜드의 편백나무 탈취제를 쓴 적이 있었다. 둘 다 표면적으로는 편백나무 탈취제이지만, 희녹은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게 알려왔기 때문에 제품의 가치와 제품을 만드는 희녹의 진정성이 더 잘 전달되었고, 그 좋은 기억으로 구매를 하게 된 것이다.

희녹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소개되어있는 제품 이야기 ⓒ희녹



자연과 사람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삶


 희녹은 편백나무를 인위적으로 베어 원료를 추출하지 않는다. 편백나무 가지를 통해서 충분히 그 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지원 식물 연구소와 함께 인위적으로 편백나무를 베서 추출하는 것이 아닌, 생장을 위해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들과 잎들을 모아 원료로 사용하며, 원액을 추출하고 남은 원료는 또다시 발효하여 숲의 퇴비로 재사용하는 선순환 구조이다.


 자연과 공생하는 회녹은 제품 용기 또한 생분해 가능한 재생 플라스틱 사용하며,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다. 글로벌 환경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업하여 국내 최초로 PNC(플라스틱 뉴트럴 인증 Plastic Neutral Certification)*를 받았으며,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희녹은 희녹을 사용하는 우리들의 생활양식도 제안하고 있다. 첫 본품 구매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리필 라이프를 제안하고 있으며, 스프레이를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구매시점으로부터 5년간 트리거(분사구)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라스틱 뉴트럴 인증. 기업이 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한 플라스틱의 양과 동일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윤리적으로 완벽히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rePurpose Global에 지불함으로써 발행받는 인증



생활용품도 

오브제가 될 수 있다


 희녹은 자주 사용하는 제품일수록 공간과 어울리는 오브제처럼 보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 디자인을 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신선했다. 보통 탈취제, 세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촌스러워 보이고 투박해 보이기도 하는 제품 용기 디자인. 희녹을 알기 전에는 생활용품들을 내놓는 게 굳이 불필요하기도 하고 공간을 번잡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서 수납함에 넣어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용기가 안 예쁜 것이 숨겨 수납했던 것에 일조했다는 것을 희녹을 통해 알게 되었다. 


 딥 그린색의 반투명 용기와 검은색 스프레이 분사구가 결합된 이 미니멀한 디자인은 어느 공간이나 정말 잘 어울린다. 나 또한 희녹 탈취제를 들인 이후로는 공간에 아예 내놓고 진열하고 있다. 감성까지 자극하는 브랜드이다.

공간의 오브제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있는 희녹의 '더 스프레이' ⓒ29CM, 희녹



오래가려면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긴 하지만, 희녹이 제품을 홍보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보니 저 문장이 떠오른다. 희녹은 대형 유통채널보다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주로 공간의 힘이 있는 곳을 찾아 협업을 하거나 전시회와 콜라보하여 브랜드를 알려왔다. 그 예로 2021년 4월, 브랜드의 론칭을 탈로서울에서 시작하였다. 가로수길의 30년 된 빌라를 핀란드식으로 개조한 스테이 공간이며, 가구·조명·인테리어에 핀란드 건축 거장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정신이 깃든,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공간이다.


 이어 6월에는 복합 문화공간 피크닉piknic에서 열린 ‘정원만들기gardening’ 전시회에 ‘희녹정원’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더불어 제주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전하는 D&DEPARTMENT JEJU, 용산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공간 어프로치, 스테이폴리오와 협업을 통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희녹을 원할 것 같은 타깃에게 브랜드의 특징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이다. 


“단기간에 올라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더 많이 팔 수 있는지’ 보다 ‘브랜드를 더 탄탄하게 해 줄 수 있는지’를 따져 마케팅과 유통 채널을 고르고 있어요.”
-LongBlack 인터뷰 중-


 앞으로도 위와 같은 유통채널 전략이 유지될지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대형 유통매장에 진열된 희녹은 상상이 잘 안 된다. 보통 대형 유통매장은 우리가 찬찬히 제품을 뜯어보기보다는 시간 절약을 하기 위에 미리 적어둔 구매 리스트를 손에 쥐고 방문하는 공간이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스토리가 담긴 제품은 불리하다기보다 진가가 묻혀버리는 안타까운 기분에 더 가깝다. 

왼쪽) 탈로서울에서 희녹, 오른쪽) 피크닉에서 희녹정원 팝업스토어 ⓒ희녹




 스몰 브랜드들을 보면 유독 두드러지는 공통점들이 있다. 바로 스토리의 진정성,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공감 그리고 브랜드 철학에 따른 일관적인 실행력이다. 이 요소는 스몰 브랜드가 아니어도 브랜드가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지녀야 할 필수 요소 이기도하다. 


 아직 물리적, 재정적 여건이 충분치 않은 스몰 브랜드는 고객이 자신들을 만나는 순간이 귀하기 때문에 제품의 개발 과정부터 제품의 포장재를 열어보는 순간까지 최상의 경험을 전달하려 촘촘히 계획한다. 그것들이 똘똘 뭉쳐져 브랜드 로열티가 된다. 대형 소비재 브랜드가 큰 예산을 투입한 마케팅과 광고를 통해 앞서 말한 요소의 부족함을 일시적으로 메꿀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브랜드 로열티의 관점에서 어느 브랜드가 더 오래 기억될 수 있을까? 


 덧으로, 제품 가격이 일반 편백수 탈취제에 비해 비싼 건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동안 자연을 공짜로 소비만 해온 것에 익숙한 나머지, 자연과의 공생에 필요한 비용이 반영된 제품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연을 보육하는 것도 경영의 일부로 보는 마음가짐, 이러한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더 오랫동안 흥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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