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말 May 16. 2022

굿나잇 레터 #1

하루를 날렸다는 생각이 들 때






오늘 하루 잘 보냈니?

나는 오늘 무기력이 나를 잡아먹은 날이었어.


처음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하려고 했던 시간별 일정들을 하나씩 지나치게 되다 보니

실행하지 못한 나에게 심술 나서 더 하기 싫어지더라고.

왜 그런 거 있잖아 하나 잘못되면 '에이 망했어! 안 해!' 이런 마음 말이야.
오늘이 딱 그런 날인 거 있지.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그냥 잠만 쏟아지더라고.

피곤하지도 않은데 말이야.
무기력은 이때다! 싶어 나타나서 나에게 패배감을 주었지.

그런데 어디서 들은 기억이 하나가 스쳐갔어.
잠이 쏟아지고, 몸이 축축 쳐지고 이런 것들은 진짜 내가 힘들어서 보내는 신호래.
그렇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무기력'이라는 세 글자로 무자비하게 대했던 나에게 미안해지네.

그동안 피곤해서 잠이 쏟아진 것일 수도 있잖아.


생각해봤어.. 진짜 피곤했던 건가? 지금은 일도 쉬고 있는데 말이야. 피곤하다면 왜 피곤해하지? 이러면서.
불현듯 이 생각에 다다랐어. 몸이 편하다고 정신도 편하진 않았다는 거.
그동안 내 머릿속은 너무 복잡했거든.
내 선택으로 직장을 두긴 했지만 심란한 마음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설과 생각들은 어쩔 수 없었던 거야.

힘들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은 거라 생각하니 심술과 패배감은 충만함으로 바뀌어갔어.


푹 자고 일어나니 지금 밤 11시네.

오늘 하루 날렸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 쓰는 이 글이 너에게 닿으면 좋겠어.
그건 네가 정말 쉬고 싶어서 보낸 신호라는 거. 다정한 넌 그걸 무시하지 않았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알차게 보낸 거야.

그러니 오늘도 수고했어.


어쩌면 여행은 허물을 벗지 전 누에처럼,
일상을 잠재우고 새날을 얻기 위해 게으름을 피우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정전상태!
잠은 여행으로 가는 승차권이다.

빅연준 작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play bgm

가을방학-속아도 꿈결

https://www.youtube.com/watch?v=VSMEBctRRqk


작가의 이전글 하이퍼로컬로 돌아온 동네 마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