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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Nov 04. 2022

어린이집 입소대기

저만 어렵나요

22년 11월 4일,

어린이집 입소대기


11월은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달이다. 어린이집에서 입소대기 결과를 통보해서다. 기관마다 일정, 방식은 다르지만 11월 초, 다음 해 3월 입소 가능 여부를 전한다. 나름의 조사에 따라, 우리는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를 위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했다. 이유는 모두가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은 대기자가 백 명이 넘기도 하고, 기다리다 입소를 못한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우리처럼 맞벌이 부부, 첫째 아이는 입소 여부를 정하는 가점이 높지 않다. 다자녀, 쌍둥이, 한부모 가정이 더 높은 가점을 받아서다.  


우리가 출생신고를 일찍 한 것은 적어도 같은 조건에 있는 아이보다 앞서기 위해서였다. 부질없는 노력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이가 있는 경우만 어린이집 입소를 신청하므로 우리는 후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보육시설에 관심이 없었기에 주변에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몰랐다. 아이가 생기고 임신, 출산을 거치면서 비로소 동네에 어린이집이 있는지 알아봤다. 워낙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선호가 높아 국공립(구립, 시립), 사립 순으로 위치, 평판 등의 정보를 찾았다.  


어린이집 입소대기는 '아이사랑(포털)'이란 앱을 통해 했다. 앱 인터페이스가 나빠 이용 편의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다른 상업 앱이라면, 삭제하고 이용하지 않았을 법했다. 그러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대안이 없었다. 앱 이용이 불편해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어린이집 입소대기를 신청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1주일도 안 지난 8월 말에 입소대기를 했기에 한 곳에는 입소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막연하게 혼자 희망 회로를 돌렸다.  


11월 1일, 아이사랑 앱에는 대기자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총 세 곳에 입소를 신청했는데, 모두 후순위였다. 대개 어린이집 입소는 3월, 9월 학기에 맞춰 이뤄진다. 여기에 학기 중 결원이 생기면 대기자에 입소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내년 7월까지 휴직을 한 아내가 복직하기 전에는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구해야 했다. 우리는 입소를 내년 9월에 맞추기 어렵다고 보고, 내년 3월부터 대기를 걸었다. 어떻게든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순진한 추측은 빗나갔다.  


세 곳 모두 후순위여서 선순위 대기가 빠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중 한 곳은 "(신학기 기준) 7명 중 7번째"였는데, 대기자 7명 중 가점으로 7번째라는 뜻이었다. 순위를 파악하자마자 어린이집 두 곳에 전화를 했다. 내가 궁금한 점은 내년 3월, 0세 반 정원이었다. 정원을 알면 대기자 수를 보고, 입소 가능성을 따져보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변수가 있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반별로 결원이 생기는 것에 따라 다음 학기 정원을 달리 한다고 했다. 또 여기에 올 가을학기 어린이집을 나가는 아이의 수까지 감안해야 했다.


정리하면, 1) 0세 반은 없는 경우도 있고 정원이 다른 연령에 비해 적었다. 2) 대기번호가 후순위여서 선순위의 결정에 따라 입소 여부가 엇갈리게 됐다. 여기서 황당한 점은 선순위 부모가 입소를 결정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원장이 해당 부모에게 결정을 서둘러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선순위 부모가 아이 입소를 먼저 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후순위 부모가 선순위 부모의 결정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점은 불합리하게 들렸다. 특히 우리처럼 맞벌이에 첫 자녀는 가점이 낮아 지원한 모든 곳에서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출산 전에는 저출산으로 어린이집이 줄었더라도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가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도 겪어봐야 알 일이다. 어린이집 입소에 대해 이 정도로 알게 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주변 지인들은 어떻게든 어린이집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곤 했지만,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만약 입소할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출퇴근 동선과 떨어진 곳에 아이를 맡겨야 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질게 뻔해서다. 우리 둘 가운데 하나의 직장에만 보육시설이 있었다면 이런 소모적 경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려면 어느 직장이든 보육시설 접근성에 격차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연한 일인데, 나조차도 그간 관심 밖이었다. 모든 회사에 같은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고 '아이 키우기 좋은 직장'을 골라 취업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아이가 중요하다고 해도, 부모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지에도 의문이 든다. 부모도 자신의 삶을 잘 살아야 아이도 건강할 수 있다. 부모-자녀관계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를 두고,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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