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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Nov 08. 2022

일요 북클럽  

성장의 요건

22년 11월 8일,

일요 북클럽


출산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마음이 급해졌다. 둘 만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아 1분 1초가 아까웠다. 결혼생활 5년 간 좋은 파트너로 지내온 우리는 출산 전 하고 싶은(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에 대해선 각자 방식으로 알아봤는데, 아내는 책부터 찾았다. 모든 일을 책에서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 아내는 이번에도 책에서 답을 구했다. 나침반 없이 길을 나서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아내가 고른 책을 읽으며 그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돌아보면 평온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은 삶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 길을 잃거나 찾는 이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일러준다. 모두 한 방향이 아닐지라도, 어디에서든 계속 길을 찾는 여정이 인생인지 모르겠다. 우리도 그간 우리에 맞는 길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일요 북클럽(Sunday Book Club, SBC)"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어느 주말, 집에서 책을 보던 아내는 같이 도서관에 다니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예전부터 도서관에 자주 다녔던 터라 이견이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가 생기고 배 속 아이가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는지를 얘기하다가 추진됐다. 임신 초기 나와 아내는 예상치 못한 임신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했다. 과거 비혼, 딩크족을 꿈꿨던 우리가 함께 좋은 부모가 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은 정말 모르는 법이다! 아내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으면 했고, 나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고 했다. 나오지도 않은 배 속 아이를 두고, 행복한 상상을 했다.


아내는 책을 1순위로 꼽으면서 아이가 독서가 주는 행복을 깨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가족이 함께 그 즐거움을 누리면 좋겠다고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자연이 책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봤다. 자연이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아서다. 이는 어릴 적 자연 속에서 자랐던 유년기를 떠올리며 든 생각이었다. 기후변화가 아니라도 도시에 사는 우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어렵다. 일부러 자연을 찾지 않으면 자연이 주는 선물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살고 있는 집 근처에도 산이 있었지만, 자연을 만끽할만한 여유는 부족했다.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은수가 우리에게 오면서 상황 인식은 180도 달라졌다. 아이가 책과 자연을 즐길 수 있으려면 우리부터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모두가 실천하기 어려운 명제다. 책을 보라고 백번 말해도 아이는 책을 읽지 않는다. 주변에 책을 보는 이가 있을 때, 비로소 아이는 책에 관심을 갖는다. 부모 자신도 하지 않는 일을 아이에게 강요할 순 없지 않은가?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연과 가까이 살아도 누리지 않으면 소용없다.


우리는 출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바로 주변 도서관을 검색했다. 결혼 전부터 도서관 여러 곳을 함께 다녔던 우리는 팬데믹으로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어려워져 그간 아쉬움이 컸다. 그나마 우리에게 아이가 찾아온 시기는 시설 이용이 전면 폐쇄에서 일부 개방으로 바뀐 때여서 다행이었다. 물론 확진자 수에 따라 도서관 이용이 어렵기도 했지만 대개는 시설 개방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찾은 도서관은 팬데믹으로 운영을 중단했다가, 내부수리를 마치고 재개관한 곳이었다. 이는 우리의 "도서관 다닐 결심"을 더 확고하게 했다. 새 단장을 마친 도서관은 작고 아늑했는데,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더 좋았다. 일요 북클럽은 올봄부터 은수가 태어난 8월까지 이어졌다. 또 아내가 조리원에서 퇴소한 후에는 따로, 또 같이 도서관에 가기도 했다. 둥둥이를 기다리던 봄날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은수가 된 둥둥이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회원이 2명이던 일요 북클럽에 은수가 '예비회원'이 된 셈이다.


은수 손을 잡고 함께 도서관에 갈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은수의 하루를 채운다. "은수야! 건강하게 잘 커서 엄마, 아빠랑 같이 도서관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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