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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Dec 12. 2022

육아급여 유감

현실 육아휴직의 한계 

22년 12월 12일,

육아급여 유감 


현행 육아휴직은 남녀 근로자에게 자녀 1명당 1년씩 부여된다. 육아휴직은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있게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다. 우리 부부는 출산을 앞두고 육아휴직을 계획했다. 처음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둘 다 휴직을 쓰기로 했다. 일단 아내가 출산 전에 출산휴가 90일을 냈고, 여기에 6개월 간 육아휴직을 이어 쓰기로 했다. 출산-육아로 이어지는 돌봄 부담을 둘 중 누군가는 전담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 출산으로 물리적, 정신적 변화를 겪은 아내에겐 회복 차원에서라도 휴직이 필요하다고 봐서였다.


그러나 현실은 출산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 운이 좋게도 우리는 주 2~3회 도우미분이 육아를 대신해 주셔서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최근 아이 백일이 지나며, 아내의 육아휴직이 시작됐다. 출산휴가는 급여가 재직기간과 같아 월 소득에 변화가 없었다. 이번 달부터 육아휴직으로 법정 육아휴직 급여만 받게 된 우리는, 월 소득이 크게 줄어 놀랐다. 정부에서 주는 육아급여는 기간별로 상한(세전 1~3개월 150만 원, 4~12개월 120만 원)이 나뉘는데, 부모가 모두 휴직을 하면 첫 3개월 간 육아급여가 상향된다(세전 200~300만 원). 감소폭만 다를 뿐, 월 소득이 주는 건 같다. 아이가 0세일 때 아빠의 휴직을 유도할 목적으로 상한을 높인 게 이 정도다. 


우리도 출산-육아를 겪기 전까진 육아급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대다수 직장인은 소득 감소폭을 계산하고  놀랄지 모르겠다. 우리도 그랬다! 법정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고용주, 성별 등으로 다른 점은  소득 감소폭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된다. 큰 폭의 소득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아이를 직접 돌볼지 정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론 소득은 주는데, 노동이 늘어 육아휴직에는 정해진 답이 있는 셈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회사 일보다 분명 힘들다 (여러 의미를 고려해도 물리적으로 힘든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 아이를 직접 키운다는 의미만으로 육아휴직을 택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답이 안 나온다. 아내가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낸 데는 회복 시간이 필요했기에 소득 감소분을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우선 내 경우, 연차가 더 높아 단순 계산으로도 감수해야 할 소득 감소분이 더 컸다. 부모들이 둘 중 한 명의 급여를, 돌봄을 외주 한 노동자 또는 조부모에게 주는 방식을 택하는 게 현실적이란 데 공감했다. 이러면 둘은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돌봄은 외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둘 중 하나가 휴직을 하면 소득은 소득대로 줄면서, 돌봄도 직접 해야 한다. 


과연 내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육아휴직을 쓰겠다고는 했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육아휴직을 비교적 쉽게 택할 수 있는 이들은 a) 육아가 다른 모든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경우, b) 휴직 전 소득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 c) 휴직 전 소득과 육아급여가 비슷해 소득 감소폭이 적은 경우로 나뉠 것 같다. 육아가 가정을 이루며 마주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경우든 어려운 선택이다. 


왜 다 아는 얘기를 쓸데없이 길게 썼냐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부부도 아이를 낳고, 아내가 육아휴직에 접어들고서야 현실을 깨닫게 됐다. 출신과 육아를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역시 육아는 겪지 않고는 모를 일 투성이다. 여태까지도 그랬는데, 앞으로 그럴 일은 더 많을 것이다. 하나하나 어떻게든 헤쳐나가겠지만 그래도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결정을 했을지 모르고, 준비를 더 했을 수도 있다. 모든 일을 시간표대로 준비해 육아를 하는 게 아니라지만, 지나고 보니 '마음의 준비'라도 도움은 된다. 


제도화된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곳도 많기에 육아급여를 문제 삼는 게 투정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원하는 만큼 휴직을 쓰고, 육아급여 소득 대체율이 더 올라야 한다고 보는 게 올바른 반응 아닐까? 우리나라 육아휴직 사용 실태를 보면 더 한 숨만 나온다. 2020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률은 24%로 대상자 30만 2,490명 중 7만 3,105명만 육아휴직을 썼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출생아 100명 당 육아휴직 사용자는 여성 21.4명, 남성 1.3명에 그쳤다. OECD 19개국 평균은 여성 118.2명, 남성 43.4명이었다(누적 사용). 


우리도 부모가 되면서 육아휴직 등의 보육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저출생을 문제라고만 할 게 아니라 있는 제도라도 잘 쓸 수 있게 해 줘야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키워야 하는 상황에 있으므로 실행 가능한 대책을 찾을 것이다. 여기에도 뾰족한 수는 없다. 다만, 안타까운 일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부모가 '현실' 육아휴직의 한계로 이를 포기하는 경우다. 국가가 저출생 문제에 진심이라면 적어도 이런 일은 없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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