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훨씬 더 근사해!

[딸에게 보내는 그림책 편지]

by 시루


새로움 앞에서 불안한 둘째에게,


딸! 어젯밤 엄마 얘기 기억하지?

너는, 네 생각보다 훨씬 근사해!


자기가 보는 모습은 실수가 커 보이고, 마음속 불안함까지 보이는 것 같아서 더 속상할 거야. 엄마도 그럴 때 있거든. 하지만 엄마는 알지. 너는 훠얼~씬 더 따뜻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나설땐 또 얼마나 강단 있고 멋있게? 정말이야, 네가 얼마나 근사한 열한 살인지 너도 알아야 할 텐데 아쉽네. 원래 본인은 모르는 모습이 옆에선 더 잘 보이는 법이거든^^


그 돌멩이 생각나?

자기는 pebble이 아니라고, 사실 엄청 쪼그만 애가 우리에겐 얼마나 거대해 보였는지!


Nothing can move me.
I am strong.

<Petra>


PETRA는 거대 바위를 깎은, 고대 암벽 도시 이름이었잖아. 자신이 어마 무시 거대하고 강하며, 아무도 나를 옮길 수 없고 모두가 자신을 찾아올 뿐이라던 PETRA! 막대기 찾아 달려온 강아지가 입에 물고 가는 걸 보고서야 알았지. 이 귀여운 조약돌!


그뿐이야?

Pebble이라 부르지 마! 소리치더니, 슝- 던져져 새 둥지에 쏙 들어가니 바로 자신은 egg라고. 다시 슝- 물에 퐁당 들어가니, 자신은 섬이라고.(으응?)

'cool rock!' 을 외치며 주워 간 소녀가 이쁘게 색칠하고 긴 코가 그려진 PETRA, 코끼리 장식품이 되었어도 그 모습에 또 한 번 당당하게 외치지.


<Petra>
Well, no need to worry.
I'm a rock, and this is how I roll.

<Petra>


완전 "난 나야."

내가 어디 있든, 그게 바로 나야. 너무나 귀여운 이 녀석, 누구 닮지 않았어? 그래 우리 딸, 자신감 넘칠 때 네가 외치는 말이잖아. 낯설고 새로운 거? 그 뭐시라고!


계단이 높아 보이면 잠시 주저앉아 쉬어도 괜찮아. 근데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올려다보는 높이가 더 까마득해지니까 엄마가 옆에서 시원한 물통 들고 서 있다는 것만 기억해 줘. 손을 내밀면 잡아주고, 등을 보이면 기대주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지금은 조약돌처럼 작아 보여 속상하겠지만,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지에 따라 확 달라 보이는 너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한번, 요리조리 움직여 보자. 늘 진심으로 응원하는 엄마가 다시 한번 요정 가루를 뿌려줄게.


뾰로로롱 - - - -





칭찬보다 꼼꼼한 지적과 포맷을 강조하는 선생님과의 몇 개월, 그 좋아하던 발표가 싫어지고 일기가 쓰기 싫어진 딸. 갑자기 어려워진 수학에 자꾸 자신감이 사라지는 열한 살. 다음 달 새로 시작할 영어까지 겹쳐 긴장감이 폭발하는 요즘이다.


늘 해맑던 둘째의 이런 모습이 안쓰럽지만, 한번은 이겨내야 할 시기이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열렬한 지지와 응원뿐인 걸 알기에 속상했던 밤. 아 정말, 늘 엄마 생각해 주는 근사한 열한 살인데!!!ㅜㅜ

문득 뒤돌아보면 성큼 몇 계단 지나왔기를 기대하자.


# 2022.05.27




* 그림책

<돌멩이> 마리안나 코프 글.그림 / 키즈엠

원제 <Pe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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