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그림책 편지]
첫째의 북클럽에서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를 읽는 중이다. 이번 주 생각 열기 질문들을 함께 나누면서 가족들을 행성에 비유해 보았는데, 아빠를 지구(기준 행성)로, 그 주변을 도는 다른 셋을 각각 독특한 외계 행성으로 이름 붙여 설명하는 아이. 자신은 지구 행성과 98% 유사한 티가든 b. 너의 정체가 오늘 밝혀졌다!
엄마는 진짜 그럴 줄 몰랐거든. 아이가 와 주기만 하면, 분명 우리를 쏙 닮았을테니 척척 알아챌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조리원 딱 2주 동안만 순둥이였다 얘기 했었지? 와 어쩜 그럴 수가 있어. 계속 울기만 하고 알 수가 없는거야.
그런 말 알아? 가끔 인연을 '책'에 비유하거든, '계속 읽고싶은 사람을 만나라~ 니 베필이다~' 그런거.
그런데 넌 정말, 처음 보는 꼬부랑 글자 책이 턱! 펼쳐진 채!! 내 앞에 떨어진 것 같았다니까.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당장 그 페이지를 읽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어. 정말이냐고? 엄마 표정을 좀 봐봐. 완전 진지하게 정말이야.
그러다 이 그림책을 읽던 어느 날, 꼬맹이 네가 고백했지. 기억 나? "엄마, 내가 엄마를 골랐어."
<내가 엄마를 골랐어!> 그림책이 나랑 똑같다고. 사실 네가 먼저 나를 발견했다고.
부족해 보이는 엄마인데, 네 맘에 들어서! 엄마 딸이 되기로 했다는 너. 그래서 그렇게 엄마는 준비가 엉성했고 너는 자꾸 내게 뭔가를 알리려 울었던 걸까? 좀 알아봐 달라고?
오늘 너의 실제 이름. '티가든 b'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알 것도 같아. 가끔 주체할 수 없는 저 세상 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들, 그만큼 반짝 사라지는 기억력들! 아아.. 너는 진짜 외계에서 날아온 책인가 봐. 엄마는 아직도 펼쳐진 책을 붙들고 외계어와 씨름 중인 거였어. 어쩌지? 해독 불가능 빨간 불이 막 들어오는걸.
아니라고?
아냐. 네 고백을 믿기로 했어. 여기 밑줄마다 물음표 보이지. 이 페이지 좀 읽어볼래. 너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자 일단, 이 문장 좀 해석 부탁해.
'이 아이가 잠을 잘 못자는 이유'
'이 아이가 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이유'
'이 아이가,..'
응? 그런게 없어? 이상한데. 없을리가 없는데~~
일단 물음표를 손에 쥐자.
너도 하나 가져.
같이 걸어가면서 물음표 암호 해독을 하는거야. 도무지 읽어낼 수 없으니 암호라고 치는 거지 뭐. 어차피 이 글자에 완벽한 해답이 없다는게 매력있지 않니? 우리 입맛에 맞게 비슷한 Key를 만들면 되는거야.
네가 엄마를 찾았으니, 엄마도 네 행성 언어를 찾아볼게.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옆에서 잘 지켜보렴.
엄마의 티가든b.
나의 외계 행성.
# 외계어를 쓰는 소녀
# 그나마 98% 유사율이라 고맙네
# 엄마를 고른 일, 네가 한 첫번째 잘한 일♡
# teenager 티가든 b
# 2022.01.13
* 그림책 <내가 엄마를 골랐어!> 노부미 글.그림/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