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없이 흐른다
책장 위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거린다. 올해는 시즌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저녁 내내 꼬마전구에 불을 켜두었다. 우리가 딱 하루를 꼬집어 말하는 대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부르는 건 설레는 시간 전체를 껴안고 싶기 때문일 테니. 유독 조용했던 올해는 집 안에서라도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25일 아침을 기대하며 트리를 꺼내 장식하고, 그 옆에 목각인형을 세우고, 받고 싶은 선물을 고르는 마음에는 한동안 마침표가 사라진다. 내내 설레며 ‘기다리는 상태’가 되어 일렁인다. 아이들 못지않게 12월을 좋아했던 나도 그랬다. 찬 바람이 스치기 시작해 엄마가 떠준 스웨터를 입던 날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추울수록 작은 온기가 간절해지듯 문구점에서 뽑은 싸구려 반짝이 줄 하나에도 발걸음을 방방거리며 집으로 달리던 시절이 아직 생생하다. 무던한 아이도 설레는 마음을 터뜨릴 수 있는 시즌. 짧은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이렇게 몸이 기억하는 감각이 되어줄 시간을 쌓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올해부터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는 조금 달라질 예정이다. 늘 가족과 함께 보내던 연휴에서 첫째가 먼저 가지를 뻗고 나갔다. 좋아하는 밴드들이 참여하는 크리스마스 공연에, 올해는 친구들과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가족 안에서 연결되던 행복이 방향을 하나 더 늘이는 시기라는 걸 인정해 주는 게 맞다. 더욱이 크리스마스니까. 설레고 사랑하고 연결되고 싶어지는 이 시즌을 통과하면서, 아이 마음에도 잔열이 남을 것이다.
얼마 전 첫째와 차를 타고 돌아오다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3년만 있으면 성인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기대감보다 버텨낼 시간이 더 걱정된다는 아이에게 들려줄 말은 하나뿐이었다.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게 뭔 줄 아니?”
힘든 날도 있을 테고, 어른이 된 후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에 마음이 꺾이는 순간은 분명히 온다. 어쩔 수 없는 크고 작은 터널들을 지나며 나를 살린 건, 결국 내가 품은 아주 작은 열기들이었다. 트리의 꼬마전구만큼 작은 불빛, 한때 열정을 쏟았던 시간의 설렘, 짧은 말 한마디 같은 것들.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온기마저 사라졌다고 느끼는 어느 날에, 스스로 다시 꺼내 쓸 온기가 꼭 필요하다.
“얼마나 다행이야. 넌 좋아하는 일도, 호기심도 정말 많잖아!”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작은 설렘을 아주 여러 개 품고 있다는 뜻이고, 무언가를 ‘기다릴’ 열정을 다시 불사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무너진 일상에서도 견디게 해준 건,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오래 품어온 취향이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고등학교 3년의 결과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더 긴 세월 너를 일으켜 걷게 할 에너지는 이미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하나씩 늘어나는 순간들로 쌓아둔 열기가 언제고 힘이 되리라 믿어본다. 크리스마스가 진행형인 ‘상태’인 것처럼, 내 사랑도 아직 마침표 없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