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구간 40km 넘어 산티아고 도착하다

[10월5~7일] Pontemarin -Santiago

by 이철현

미래 노벨의학상 수상자 아주와 함께 걷다

[10월5일] Pontemarin - Palas de Rei


전날 51km 걸은 후유증이 있다. 아침 8시부터 텍사스 소녀 홉 브라이스와 걷기 시작했다. 홉이 워낙 빨리 걷기는 하지만 함께 걷기가 쉽지 않았다. 왼발 등쪽에 통증이 생기고 있었다. 다행이 25km만 걷는 거리라 참고 걸을만했다. 하루 25~30km 걷기가 무난하다. 하루 40km 이상은 발목, 무릎, 고관절, 허리에 통증이 생기기 쉽다. 비까지 내렸다.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숙소에 도착했을때 비에 젖어 온 몸에서 나는 쉰내가 심했다. 얼른 벗고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에 넣어 말렸다.

KakaoTalk_Photo_2021-10-08-08-35-24 007.jpeg 미국 미네소타 소녀 아주가 키미노 친구 홉과 걸으면서 빵을 먹고있다.

폰테마린부터 느닷없이 순례객들이 많아졌다. 폰테마린 전까지는 길에서 보이는 순례객은 2~3명에 불과했지만 폰테마린부터는 떼로 몰려 다녔다.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까지 100km 남짓 남았다. 이곳부터 걸어서 순례길을 다녀왔다고 말하려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아무튼 가벼운 가방에 개까지 끌고 나와 동네 마실 다니듯 걷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탓에 호젓하게 걷는 건 이제 바랄 수 없게 됐다. 그나마 미국 미네소타 출신 아주를 알게된 게 행운이었다.


아주는 홉이 카미노에서 만난 절친이다. 같은 미국인이고 연배도 같다보니 금새 친해졌나 보다. 아주는 신경과학자다. 미국 미니어폴리스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한 뒤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고 있다. 유학 중 카미노를 잠깐 걷고 가려했는데 이탈리아 무리들과 엮이면서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를 넘어 비니스테이야까지 갈 참이다. 아주 예의 바르고 똘똘한 친구다. 나와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 내용을 갖고 한참동안 즐겁게 대화했다. 음악은 좋아하고 심리학에는 관심이 없던 홉은 대화에 끼지 못했다. 아주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게 꿈이다. 그가 그 꿈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그러면 노벨의학상을 받을 거다.


가장 힘들었던 구간 40km를 12시간 걸어 도착하다

[10월6일] Palas de Rei - A Salceda

이탈리아 무리들과 함께 걷자니 답답했다. 자주 쉬는 탓에 걷는 패턴이 자꾸 끊어졌다. 그러다보니 속도가 더뎠다. 하루 걷는 거리를 25km로 줄였더니 다음날 발목이나 다리 상태는 좋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층침대 윗칸에서 자고 있는 홉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오전 7시10분 혼자 출발했다. 1시간 걷고나니 다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51km 걷기 후유증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오늘 코스는 오르막이 많았다. 40km밖에 되지 않았지만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오르막은 끊나지 않았고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KakaoTalk_Photo_2021-10-08-08-35-10 001.jpeg 산티오고 데 콤보스텔라는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의 끝판왕이다.

전날 예약한 숙소까지 오후 3시까지 도착해야 했다. 예약 담당자가 그 시간까지 와야 침대를 배정해야 한다고 했다. 예약자 상당수가 두세곳을 예약하는 터라 예약자를 기다리다가 침대를 놀리기 쉽상인 터였다. 오후 3시에 가까웠지만 아직까지 가야할 길은 10km 남짓 남았다. 걷다가 전화해 "내 이름은 이다. 한국에서 왔다. 어제 침대 하나 예약했다. 지금 걷고 있다. 당신 알베르게까지 5시에나 도착할 수 있다. (예약 취소하지 말고) 나를 기다려라"라고 스페인어로 말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나.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3개월 독학했지만 막상 스페인에 와보니 간단한 생존 스페인어 빼고는 별 소용없었다. 그런데 급한 상황이 되다보니 그동안 공부한거 떠올려 이리 긴 문장을 말한 것이다. 어색한 스페인어라도 해보려는 한국인이 기특해서인지 웃으며 걱정말고 천천히 오라고 답했다. 무거운 다리를 끌고 도착한 시간은 6시를 훌쩍 넘었다.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침대에 들어갔다.


드디오 산티아고 데 곰보스텔라에 입성하다

[10월7일] A Salceda - Santiago de Compostela

남은 27km를 카운트다운하며 걸었다. 숲속 길을 걷기도 하고 시골 길을 걸으면서 카미노의 끝을 정리했다. 걷기가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독일인 헨리가 산티아고 순례 인증서 발부 대기표를 끊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에 도착하자마자 자기 대기표와 함께 내 대기표도 받아놓은 것이다. 덕분에 인증서를 빨리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순례자들이 반나절 걸려야 받는 인증서를 한시간만에 받았다. 고마원 맥주 한잔 샀다. 헨리는 60세가 넘은 동독 출신의 중년 남자다. 무슨 사유인지 모르지만 10년이상 정치범으로 감옥에 있었다고 한다. 참 순박한 사람이다. 인증서를 받자 눈물까지 흘렸다. 헨리는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와 깊이있게 대화하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KakaoTalk_Photo_2021-10-08-08-35-13 002.jpeg 산티아고는 곳곳에 고건축물이 즐비한 정겨운 곳이다.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는 아름다웠다. 슈퍼스타는 가장 나중에 나오나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끝판왕 격인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 대성당은 1천년이라는 세월의 더깨가 더해져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대성당 주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보면 옛 건물들이 줄지어 나온다. 도시 전체가 옛 건축물로 가득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처음 온 곳이지만 며칠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정겨운 곳이다.


네덜란드 레이비가 자기가 갈 때까지 절대 산티아고를 떠나지 말라고 반복해서 메시지를 보낸다. 헨리가 "레이비는 카미노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라고 말하길레 그 말을 메시지로 전해주었더니 레이비는 "카미노에서 가장 아룸다운 얼굴을 보여줄테니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라"라고 답했다. 이 친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레이비는 10일에댜 들어온다. 앞으로 사흘동안 뭐하남?

KakaoTalk_Photo_2021-10-08-08-35-18 004.jpeg 목적지 산티아고에 터치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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