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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Jul 03. 2018

특수부, 적폐에 내리는 칼인가 정권의 청부 수사기관인가

이명박 구속 막전막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초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윤석열 검사장은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이래 그 나흘간 가장 초조했으리라. 수사 초기 난항을 겪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 수사가 간신히 진척을 보이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발부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1년만에 전임 대통령을 또 다시 구속하는 상황이니만큼 윤석열 지검장이나 한동훈 3차장검사를 비롯해 사건전담 부서인 특수2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3월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했다. 수사팀은 법원에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사유와 증거자료를 담은 A4용지 8만장을 제출했다. 자칫 영장이 기각되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낭패였다. 지난 수개월간 특수2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를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심혈을 기울인 수사였다. 이에 A4 용지 8만장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하는 사유와 그 증거를 담았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피의자는 구속영장의 요건이 적법한 지를 가려달라고 관할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이른바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이다. 관할 법원 영장전담판사는 구속 사유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피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면하여 심문하고 구속사유를 판단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인은 참석을 권유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구속을 확신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릴 발표문을 자필로 작성하며 구속 절차에 대비했다. 어쩔 수 없이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22일 10시30분부터 서류심사로 영장실질심사를 대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는 8시간 이상 걸렸지만 이번엔 서류심사라 특수부 수사팀은 자정 전에 영장 발부 여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검찰청 본관 1307호 3차장 사무실은 밤 11시 넘어서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윤석열 지검장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사건 주임검사 송경호 특수2부장(48)을 비롯해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도 사무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구속영장 발부는 법원이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1차 판단하는 것이라 앞으로 범죄 수사의 효과 제고뿐만 아니라 공판 진행과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구속영장은 주로 방중에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영장전담판사가 심문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 다시 한번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의자 대부분은 검찰청 인근 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택에서 영장발부 여부를 점치며 법원으로부터 올 전화를 측근들과 함께 기다렸다. 박범석 서울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는 고심을 거듭하다 밤 11시 6분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범석 판사가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중대함을 인정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 뇌물, 350억원 횡령 등 16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당직실 직원이 검찰청 당직실에 대기하고 있던 당직 수사관에 전화해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통보했다. 당직 수사관이 특수2부장의 사무실에 전화해 발부 사실을 알리자 특수부 수사관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실로 바로 달려갔다. 특수부 수사관은 구속영장을 받자마자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본관 건물 1114호 송경호 특수2부장실로 가져왔다. 이와 동시에 서울중앙지법 공보관은 법조출입기자단 간사에게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 간사는 곧바로 출입기자들에게 해당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의해 구속돼 서울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경호 부장은 특수부 수사를 총괄하는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에게 영장 발부 사실을 보고했다. 한동훈 차장은 곧 바로 윤석열 지검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지침을 받은 뒤 송경호 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한 차장은 3월22일 오후11시20분쯤 이 전 대통령 상대로 구속영장을 집행한다고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알렸다.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들은 밤 늦게 한 차장검사가 보낸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검찰은 곧 구속영장을 집행하여 동부구치소에 수감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검찰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 절자를 진행할 것입니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들은 1진 기자는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 이미 모여 있었다. 검찰 움직임과 브리핑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스마와리(경찰서 출입기자)’이 모여 들었다. 한동훈 차장검사는 송경호 부장검사에게 "(23일 구속영장 집행하면) 1차 구속기간은 3월31일까지군"이라고 확인했다.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데 성공했지만 한 차장과 특수2부 검사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수사가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입증해야 할 범죄 혐의가 14개나 되는 데다 이 전 대통령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탓이다. 


송경호 특수2부장은 자정에 못 미쳐 검은색 K9을 타고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중앙지검 본관 건물을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피의자 신분이지만 전임 대통령을 태우고 호송하는지라 전임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대검찰청 소유 K9차량을 지원받았다.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검찰 수사관들이 승용차 K9, K5, 승합차에 분승해 송경호 부장검사와 함께 움직였다. 목적지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29번지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이었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전 대통령 논현동 자택까지 4km에 불과하다. 한밤중 한산한 교통 사정을 감안하면 10분 안에 도착할 거리였다. 


특수부 일행은 자정이 되기 전 이 전 대통령 자택에 도착했다. 송 부장은 자정이 지날 때까지 집 앞에서 기다리라고 수사관들에게 지시했다. 같은 시각 집에서 영장 발부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족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전 대통령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넥타이를 여러 차례 고쳐 매며 거실로 걸어 나왔다. 가족들은 바닥에 주저 앉거나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측근 인사 50여명은 일찌감치 도착해 이 전 대통령 논현동 집에 들어와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 간판 ⓒ연합뉴스

자정을 3분 앞두고 송 부장은 수사관들을 대동하고 이 전 대통령 집으로 들어섰다.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마당으로 이어진 계단이 나왔다. 두 부장검사는 수사관들을 대동하고 계단을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송 부장은 계단을 오르다 멈추고 구속영장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법률대리인인 강훈 변호사가 영장 내용을 확인했다. 영장 확인을 마치자 송 부장은 수감장소가 서울동부구치소라는 사실을 알렸다. 마당에는 가족과 측근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특수부와 첨수1부가 이 전 대통령 신변을 확보한 시간은 정확히 0시2분. 특수부는 구속 수사 시간을 하루라도 더 확보하고자 자정을 넘긴 이후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나와 수사팀이 몰고 온 K9 승용차 뒷좌석에 올랐다. K9는 차량번호 68하5175였다. 뒷좌석 가운데에 앉은 이 전 대통령의 양 옆에 수사관들이 자리했다. 특수부 수사관들은 이 전 대통령을 곧바로 서울동부구치소로 압송했다. 차량은 밤 12시18분 구치소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일반인과 같은 수감 절차를 밟았다. 구치소 입감 때 교도관에게 이름, 주민번호 등을 말해 본인 확인을 받은 뒤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남성 미결수에게 지급되는 황토색 수의를 받았다. 수의 한쪽 가슴엔 수인번호 716이 달렸다. 이때부터 이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716’으로 불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하자 상당수 국민이 환호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일부 정치 세력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 다수는 정치권력이 저지른 비리에 칼을 대는 특수부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또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법 집행을 기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금 특수통 일색이다. 문재인 정부의 서울중앙지검은 특수수사통이 장악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핵심 요직이 모두 특수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지검장을 비롯해 특수통을 검찰 수사 전면에서 내세워 ‘적폐청산’에 앞장서게 했다. 적페청산 담당 부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문재인 정부가 거물급 적폐로 지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는 것으로 이에 답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찰 내 일개 부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수부는 수사 대상을 스스로 찾아내는, 즉 인지수사를 담당한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소속 특수1~4부는 정치인, 고위직 공무원, 기업 총수 등 사회 지도층이 저지르는 권력형 범죄를 수사·기소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장 출신 법조인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찰의 꽃이다. 검사라면 대형 비리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싶어할 게다”라면서 “특수부가 제 몫을 다해야 검찰이 욕 얻어먹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야 외압이나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첨단범죄수사부(첨수부)는 특수부와 별개 부서지만 특수부와 함께 인지수사를 담당하고 있어 수사 대상이나 방식에서 특수부와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첨수부는 파밍, 스미싱 등 첨단 범죄 수사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첨수부는 특수부와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 지휘를 받는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첨수부를 특수5부라 일컫기도 한다.   


특수부 전성시대는 2016년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됐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윤석열, 한동훈 등 특수수사통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를 잇달아 수사·기소하면서 전 국민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등 주요 피의자를 구속 기소하고 업무를 마무리하자 특검팀 소속 핵심 인사들이 고스란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옮겨왔다. 특수부는 지금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검사 지휘 아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등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 구속 기소했다. 특히 송경호 특수2부장이 뇌물 수수 의혹, 신봉수 첨수1부장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직접 조사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초기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특별수사 건수를 줄이겠다”고 밝히며 특수부 기능을 축소할 뜻을 밝혔다. 특수부는 표적수사나 하명수사 담당부서라는 오명이 따라다닌 탓이다. 과거 정권마다 특수부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 “수사방식이 거칠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권력 입맛에 맞춰 수사한다” 등 논쟁을 벌이기 일쑤다. 그럼에도 특수부 소속 검사들은 사회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특수부가 사회악과 싸워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검찰의 소명에 가장 부합하는 조직이기 때문일게다. 그만큼 권력으로부터 통제 받기 쉽고 외압과 견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형사, 공안, 강력 등 갖가지 사건들 중 중요 내지 대형 사건은 특수부가 수사하기 때문이다.  


한동훈 3차장을 비롯해 신자용 특수1부장, 양석조 특수2부장, 김창진 특수4부장은 2016년 12월8일부터 지난해 2월28일까지 3개월가량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돼 손발을 맞췄다. 이들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단은 윤석열 라인으로 채워졌다. 일부 검사는 한때 우병우 전 민정수석 라인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도 특수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려 우 전 수석과 함께 일하지 않은 특수부 간부가 드물었다. 


시민단체가 정치검사라고 지적한 신자용 특수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의 기용은 예상 밖이었다. 신자용 부장은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수사 당시 정권 눈치를 봤다는 이유로 참여연대가 정치검사로 평가했다. 송 부장검사는 검찰권 남용으로 평가 받는 MBC PD수첩 수사팀 소속이었다. 대법원은 PD수첩 사건 피의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송 부장검사가) 윤석열 지검장 라인인 데다 PD수첩 사건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보니 중용된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윤석열 사단’이라 일컬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윤석열 지검장이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해 자기 사람들로 3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를 채웠다. 검찰 사상 유래가 없는 인사권 행사다. 윤석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인지수사 부서를 배타적으로 장악하면서 문무일 검찰총장에 조금 못 미친 검찰 내 서열 1.5위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에 심혈을 기울이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윤석열 지검장은 더할 나위 없는 칼이다. 하지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윤석열의 특수부’를 양날의 칼에 비유한다. 자칫 칼을 쥔 이를 자를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지검장 신념이 “나오는 대로 간다”이다. 이에 윤석열 사단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어디서 무엇이 나올 지 모르는 게 인지수사의 특성 아닌가. 윤석열의 특수부를 지켜보는게 흥미진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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