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워크(Guru Walk) 통해 리우 데 자이네루 구도심(센트로) 도보 여행에 나섰다. 브라질 현지 가이드가 사이트 통해 모은 관광객을 데리고 리우 데 자이네루 센트로 지역을 2시간가량 걸으며 브라질 역사, 건축물, 유적지 위주로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투어가 끝나면 참석자는 가이드에게 10달러 가량을 지급한다. 센트로 지역 주요 건축물과 유적지를 돌며 브라질과 리우 데 자이네루 역사를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호주 소녀 아렌을 비롯해 뉴욕커, 독일 부부 등 8명이 함께 움직였다.
리우 센트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치아트로 무니시파우(시립극장)
오전 10시30분 집합장소인 치아트로 뮤니시파우(Theatro Municipal 시립극장) 앞에서 모였다. 리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인 치아트로 뮤니시파우에서는 오페라 발레 같은 클래식공연이 열린다.1908년 설립된 건축물이다. 건축물 정면 상단부에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부터 독일 괴테 이름이 새겨져 있다. 건물 외양 곳곳에 번쩍이는 건 인조 금박이 아니라 진짜 금으로 치장했다.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럽다. 센트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힐만하다. 중앙 현관 앞 계단에는 노숙자가 드러 누워있다. 리우 샌트로 곳곳에는 노숙자들이 흉물스럽게 누워있다.
브라질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선포한 기념으로 세운 탑
브라질 첫 수도는 살바도르였다. 리우 데 자이네루 부근서 금광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수도를 이전했다. 브라질이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첫 리우 데 자이네루 시장은 도심 속 식민지 시대 건물 600여채를 부수고 프랑스 파리를 본따 유럽 양식의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 도심 속 습지도 메워가면서 파리 양식의 건축물을 짓다가 군부 쿠데타에 이은 왕정 철폐와 공화정 수립 이후 근대 국가로 발전하면서 현대식 고층건물이 난립하게 된다. 이탓에 기괴한 도시가 만들어졌다. 치아트로 뮤니시파우 중심으로 반경 1km 안에는 유럽 고전 양식의 건축물이 고풍스레 자리잡고 있지만 그 둘레를 현대식 고층건물이 솟아 에워싸고 있다.
리우 대성당으로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이나 못생긴 걸로 유명
브라질 최대 기업 페트로브라스 본사와 그 너머 리우 데 자이네루 대성당은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추한 건축물 톱10 안에 들어가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바퀴 도는데 5km에 불과한 센트로 중심가 파리라면 센트로를 압박하며 솟은 건축물은 홍콩 같다고 할까. 외국인 눈에 서울도 비슷할까.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같은 왕궁과 북촌 같은 전통 가옥을 현대식 고층 건물이 에워싸고 있으니.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추한 건물 톱10에 든 페트로브라스 건물
19세기초 나폴레옹이 포르투갈을 침입하자 포르투갈 왕실이 식민지 브라질로 피난했고 왕족이 돌아가지 않고 남아 독립을 선언했다. 당시 브라질은 아무 통고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포르투갈 왕족과 신하를 맞이해야 했다. 왕족과 신하가 들어온 항구가 센트로에 연해있다. 왕족이 머물 곳을 마련하기 위해 센트로 내 살던 식민지 유력자들이 반강제적으로 집에서 쫓겨나야 했다. 쫓겨난 귀족들은 나중에 쿠데타에 협조해 왕정을 몰아내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살던 집을 뺏겼으니 그럴만도 하다.
브라질로 도피해온 포르투갈 왕실이 세운 교회로 유럽 외 지역에 유럽 가문의 앙족이 차음으로 묻힌 곳으로 유명
호주에서 온 소녀 아렌과 여행 정보를 주고 받으며 걷다보니 투어가 끝났다. 포르투갈 왕족이 첫발을 디딘 항구 쪽으로 이동해 한참 항구를 바라보다 배가 고파 버거킹에 들어갔다. 장기 여행 중인 아렌은 비용을 아끼려고 싸가지고 온 스낵으로 점심을 대신하겠다고 해서 항구 앞에서 헤어졌다. 버거킹을 허겁지겁 흡입한 뒤 구글 맵에 의존해 센트로 곳곳을 돌아다닌 뒤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코파카바나 헤안에서 내려 레메 해안을 지나 숙소까지 돌아왔다. 파벨라 지역 안쪽으로 올라가는 게 흠이지만 숙소는 너무 좋다. 이제는 집에 가는 기분마저 든다. 아침에는 해무가 낀 바다를 감상하고 하루 종잉 시원한 바람이 끊이지 않고 햇살은 넘치게 들어오는 곳이다. 리우에서 한달살기 한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