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가 세계 3대 미항이라고? 왜? 갸우뚱

3월20일(월) 별볼 일 없는 거래 예수상보다 리우 데자이네루 항구 구경

by 이철현

동행자들이 리우 예수상 Cristo Redentor를 보러 가기 위해 새벽 5시 일어나 움직인다는 하길래 나는 별도로 가겠다고 했다.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거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예수상 다녀오기가 어렵지 않을 듯했다. 먼저 다녀온 여행자가 오전 9시 30분 넘어 올라가는데 기다리지 않고 올라갔다고 한다.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이다. 다만 환전하지 않고 입장권 매표소에 도착했다가 헤알화가 없어 고생했다. 다행히 미국 교포 청년의 도움을 많아 달러화를 지급하고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교포 청년 2명 중 하나는 혹시나 내가 사기꾼이 아닐까 싶어 경계하는 눈빛이 뚜렷해 말을 섞기 싫었다. 짧게 감사 표시하고 그들과 떨어져 움직였다. 여행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데 저리 경계하고 귀찮아하는 사람이 가장 싫다. 그런 사람은 그냥 개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리우 예수상.jpeg 날이 좋아 깔끔하게 보이는 예수상

쉴 새 없이 떠드는 중남미 관광객 사이에 끼어 한참 기다렸다가 트램을 타고 예수상에 올랐다. 햇살이 눈부시게 맑아 예수상이 깔끔하게 보였다. 제법 웅장했지만 그뿐이었다. 별 느낌이 없었다. 예상한 그대로라서 그런가. 그보다 예수상 아래 동선 너머로 보이는 리우 데 자이네루의 전경이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세계 3대 미항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낮게 깔린 건물이 특색 없이 성냥갑처럼 늘어선 것 외에 별로 볼 게 없었다. 다만 바다 이에 서 있는 섬들이 암석덩어리인 듯해 밥공기 거꾸로 박아놓은 모습이 그나마 인성적이었다.

예수상과 내 미소.jpeg
예수상 앞 나.jpeg
예수상 앞 인증샷

리우를 끝으로 3대 미항은 다 다녀왔다. 아들과 함께 간 이탈리아 나폴리항은 도착하자마자 소매치기에 털릴 뻔해 첫인상부터 개판이었다. 항구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 옛날에는 그리 멋진 항구가 없었나 보다. 호주 시드니 항구는 그나마 나았다. 조가비 껍질 포개놓은 듯한 오페라하우스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해안선이 멋졌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배 타고 오르면 멋진 대학 캠퍼스도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리우 데 자이네루 항인데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돌산 말고는 인상적인 곳이 없었다. 그나마 나폴리 보다는 낫다. 인증샷만 여러 컷 촬영하고 트램 타고 내려왔다. 트램 입구 근처에 서 있는 햄버거 카트에서 길거리 햄버거를 사서 먹었다. 브라질 사람들이 왜 비만인지 알겠다. 엄청난 열량의 4천 원짜리 햄버거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리우 전경.jpeg 리우 데 자이네루 항구 전경. 근데 왜 3대 미항이야?

숙소에서 솔 맥주를 하나 마시고 곯아떨어졌다. 오후 2시 잠들었는데 오후 10시 일어났다. 지난 며칠간 강행군한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니 살 것 같다. 다만 저녁을 먹지 못해 배고팠다. 숙소를 어슬렁 거리면 돌아다녔는데 먹을게 하나도 없다. 이런 날 라면 하나 먹으면 딱 좋은데.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주식시장 보고 경비 정산하고 여행기를 쓰면서 보낸다. 내일 오전 10시 30분 워킹 투어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므로 새벽 4시 이전에는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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