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이네루에서 한국인 보사노바 뮤지션의 공연을 보다

낮에는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의 햇살에, 밤에는 보사노바 음악에 취하다

by 이철현

3월20일(월)

숙소 앞 해변은 코파카바나에 붙어있는 헤메라 불린다. 코파카바나에 바로 이어져 모레사장을 걷다 보면 어디까지 헤메고 어디부터 코파카바나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헤메부터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르브론 해변까지 5km 모래사장이 해안을 따라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일요일 맞아 해변은 브라질 사람과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한여름 해운대에 북적이는 인파가 5km에 걸쳐 빼곡히 해변을 채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다 쪽은 넘실거리는 파도를 실랑이하는 인파로 가득하고 보도에 연한 모래사장에는 갖가지 스포츠를 즐긴다.

KakaoTalk_Photo_2023-03-20-06-48-50 004.jpeg 12세 이민 와 리우에서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박유미 씨를 만났다.

모래사장 곳곳에 마련된 배구 코트에서 2인 1조를 발과 머리, 가슴으로 축구공을 트래핑해 상대 코트로 넘기는 발배구가 가장 인기가 있다. 검게 그을린 남자 넷이 하체와 머리로 능숙하게 공을 다루며 넘기는 모습에 감탄하며 보고 있다. 헉~ 그런데 내가 뭘 본거지? 코트 위로 넘어온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해 자기 팀원에게 건넸고 다시 헤더로 네트에 붙이자 선수 하나가 날아서 발로 스파이크를 날렸다. 손이 아니라 발로 스파이크한 거다. 코트 사이를 나누는 네트는 우리네 족구가 아니라 정규 배구 경기에 적용하는 높이, 그니까 우리가 발돋움해서 팔을 뻗어야 닿는 높이의 네트 상단을 날아서 발로 스파이크한다는 거다. 헐~ 프로 선수도 아니고 그냥 일반인이 이 정도 실력이라니 브라질 축구 대표팀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건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축구 대표팀과 벌이는 A매치 경기를 번번이 지더라도 뭐라 하지 않기로 했다.

KakaoTalk_Photo_2023-03-20-06-50-04 023.jpeg 브라질 사람은 배구도 발로 한다. 헐~

평생 볼 티팬츠와 여자 엉덩이를 한 시간 안에 다 보면서 뙤약볕 모래사장을 1시간가량 걸었다. 갈증과 허기가 찾아왔다. 해변에 인한 골목으로 들어가 현지인이 먹는 빵과 주스를 시켰다. 얼핏 빵으로 보이길래 주문했는데 속이 고기로 가득했다. 하나 먹었더니 든든하다. 다시 해변으로 돌아와 그늘 밑에 누웠다. 바다 바람맞으면서 잠이 들었다. 이제라도 어디라도 등만 대면 잠이 든다. ㅋㅋ 시끌벅적 소리에 눈을 뜨니 햇살이 사그라들면서 해수욕 인파가 슬슬 모래사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KakaoTalk_Photo_2023-03-20-06-49-52 020.jpeg 코파카바나 해안은 주말 맞아 바다를 즐기려 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해변에서 한참 쉬다가 저녁식사 장소인 가로타 데 이파네마(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로 갔다. 이곳은 브라질 쇠고기 요리 슈하스코로 유명한 식당이다. 보사노바 음악 창시자 카를로스 안토니오 조빈이 이곳에서 보사노바 명곡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를 작곡해 유명 것이도 하다.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강건 씨는 오로지 보사노바 음악의 성지에서 보사노바를 듣고 싶어 5박 6일 일정으로 리우 데 자이이네루에 왔다고 한다. 김도엽 씨는 50일간 중남미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일정으로 브라질에 들어왔다. 나와 도엽이 슈하스코 요리를 먹는 사이 강건은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의 악보가 담긴 티셔츠를 사고 곳곳에 붙어있는 조빈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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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강건의 안내로 보사노바 전문 공연장, 리틀클럽에 갔다. 그곳에서 전혀 예기치 않은 만남이 생겼다.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보사노바 뮤지션을 만난 것이다. 12세 브라질로 이민 와서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성공한 박유미 씨다. 그녀는 리오 데 자이네루에서만 11년간 공연하고 있다. 익숙지 않은 한국어로 짧은 대화를 나누고 그녀의 공연을 보았다. 재즈와 삼바 음악을 접목해 만든 보사노바 음악인지라 내게는 익숙지 않은 선율이었으나 진지한 표정으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공연을 보며 나름 보사노바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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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Photo_2023-03-20-06-49-11 009.jpeg 가로타 데 이파네마에서 슈하스코

1부 공연을 마치고 나왔다. 우버를 불렀으나 오지 않았다. 일주일 저녁인 데다 짧은 거리라서 그런지 우버 연결이 자꾸 끊어졌다. 기다리다 못해 뛰어서 숙소까지 달렸다. 강도가 쫓아오기 힘든 속도로 뛰었다. 참 겁 많다. ㅋㅋ 걷다 뛰다 하며 30분가량 달리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차서 숙소에 도착했다. 너른 거실과 루프탑에는 배낭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떠들었다. 시끌벅적했다. 일요일 밤 브라질 코파카바나에 딱 맞는 광경이다. 전 세계에서 온 젊은 배낭족들이 흥겹게 어울리는 모습을 뒤로한 채 씻으러 들어갔다. 함께 어울리지 못해 아쉬웠다.

KakaoTalk_Photo_2023-03-20-06-49-20 011.jpeg 코발트 빛 코파카바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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