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가루다 해안부터 리우 코파카바나 해안까지 브라질은 파라다이스다
3월18일(토)
초저녁에 잔 탓인지 밤늦게부터 자다 깨다 하다 새벽녘 잠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하승씨 집에 도착해 함께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하승은 한숨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금강불괴 수준이다. 지하철을 타고 차를 가진 여성과 만나기로 한 곳으로 움직였다. 도요타 코롤라를 탄 여성이 우리를 픽업해 가루자 해변으로 향했다. 가루자는 상파울루에서 동쪽으로 90km가량 떨어진 해변 마을이다. 외국인 관광객보다 마을 주민들이 훨씬 많은 고즈넉한 해변이었다.
자외선이 화살처럼 쏟아져도 하승은 해변을 뛰었고 나는 파도 너머로 잠수해 바다 멀리 나아갔다. 동행한 여성분은 본인 요청에 의해 자세하게 신변사항을 밝히지 않겠다. 물속에 들어가기보다 해변 모래사장에서 해수욕 즐기는 이들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여성의 취향을 존중해 하승과 나는 짐을 맡기고 마음껏 대서양에 뛰어들었다. 자릿세 삼아 내놓은 튀김 요리를 먹으며 한참 놀다 해변에 누워 잠들었다. 햇볕은 따갑게 쏟아지고 파도는 연실 넘실거리고 불면 날아갈 듯한 고운 모래로 가득한 모래사장에서 낮잠이라니. 꿈꾸던 브라질 여행의 장면이다.
주말 교통체증을 우려해 오후 2시 전에 해변에서 나왔다. 여기는 막히면 대책이 없는 곳이란다. 서툴기 그지없는 운전자의 운전 탓에 불안에 떨면서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리베르다지 일식집 스키야에서 규동을 폭풍 흡입한 뒤 하승씨 집에서 씻고 잠들었다. 하승은 오랜만에 여자친구 만나러 나갔다. 자정 너머 리우 데 자이네루행 야간버스를 타야 하므로 밤 11시까지 푹 잤다. 하승은 버스정류장까지 동행하겠다고 고집했다. 안 그래도 자정 가까이 혼자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는 게 겁난 터라 하승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 100달러 환전을 하승에게 요청하면서 그 절반액을 감사의 표시로 하승에게 건넸다.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인지 놀라는 하승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하승이 찾아준 리우 데자이네루 행 버스에 올라탔다.
우등고속버스처럼 뒤로 제길 수 있는 좌석이라 다시 잠들었다. 중간 휴게소에서 잠시 깼으나 비교적 잘 자 왔다. 2층 버스 맨 앞줄에 있는 좌석이라 아침 해가 뜨자 사위가 환해졌고 리우 데 자이네루 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류장에서 내려 우버를 탔다. 우버 드라이버가 게스트하우스를 찾지 못해 헤맸다. 브라질 빈민가 파벨라 같은 곳으로 차를 몰아 무섭기까지 했다. 그러다 차를 세우고 포르투갈 말로 뭐라고 떠들었다. 한 개도 못 알아들었다. 그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본부와 소통하더니 구글 맵을 꺼내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게스트하우스를 찾고 난 뒤 자기가 고생했다고 정상 가격의 1.5배를 청구했다. 청구 금액이 늘었다는 걸 나중에 결제금액을 확인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이상실 헐~
숙소로 들어갔다. 코파카바나 해안에서 언덕 쪽으로 올라간 아쿠아레메 호스텔은 안으로 들어서자 언덕 아래로 난 넓은 발코니 너머로 해안이 가득히 들어왔다. 바다 쪽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했고 햇살은 널 따른 거실을 가득 채웠다. 멋진 곳이다. 이곳에서 5일 지낸다. 5일 숙박료는 13만 원가량. 하루 2만 원 조금 넘는다. 아침식사는 캐주얼하지만 푸짐했다. 아일랜드에서 온 미녀 이파가 만들어준 스크램블과 유기농 커피에 빵, 시리얼, 머핀을 곁들였고 열대 과일을 디저트로 먹었다. 전 세계에서 온 배낭족들이 활기차게 어울렸다.
아일랜드 배낭족 이파에게 한눈에 반했다. 친절하고 사려 깊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온 내게 관심을 보였다. 숙소에 머무는 유일한 동양인이라 그런 듯하다. 이파는 리우 데 자이네루를 파라다이스라고 소개했다. 이파는 이곳에서 일하며 머문 지 한 달이 넘었다고 한다. 주인장 안나의 안내로 게스트하우스 곳곳을 돌아다녔다. 바다가 보이는 루프탑부터 피트니스센터를 갖추고 있다. 투숙객들은 왓츠앱을 통해 어울리며 루프탑에서 파티를 열고 해변에서 함께 놀았다. 낯선 곳에서 만난 이들과 벌이는 하룻밤 연애는 당연히 빠지지 않을게다. 벌써 여기저기서 섬싱이 분주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곳에 반했다. 지금 루프탑에서 쏠(SOL 태양이란 뜻)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여행기를 쓰고 있다. 옆에는 흑진주처럼 고운 피부가 빛나는 여인이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고 있다.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자신을 싸이라고 밝히며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싸이는 영국 북부해안 출신으로 연세대에서 3개월간 공부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영국에서 온 싸이와 한국에서 온 나는 같은 대학을 다녔다는 인연을 기뻐하며 새 인연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와 오른쪽 조금 떨어진 너른 소파에는 낮잠을 즐기거나 책을 읽거나 통화하는 배낭족들이 햇살 가득한 코파카바나의 한가한 오전을 즐기고 있다. 브라질 여행은 여러 가지로 내게 행운을 허락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리우는 비가 오고 구름이 가득했는데 오늘은 눈부실정도 맑은 날씨로 돌변했다 한다. 상파울루도 사흘 내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 이어졌다. 브라질이 나를 반기는 것이다. ㅎㅎ
저녁에는 한국에서 온 강건이라는 친구와 만나 브라질 전통 소고기 요리 슈하스코를 먹기로 했다. 이파네마 해변 가로타라는 식당은 슈하스코로 유명한 곳이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 있는 피트니스 코너에서 턱걸이 5세트, 복근 3세트, 팔 굽혀 펴기 500회로 몸을 푼 뒤 갖춰진 기구들로 쇠질도 열심히 했다. 나흘 만에 하는 쇠질이다. 땀에 흥건히 배어 나왔다. 상쾌하다. 이곳은 시간이 더디 흐른다. 코파카바나 해변을 지나 이파네마 해안에 연한 가로타까지 걸어서 1시간 안팎 걸린다. 구글맵 보면서 천천히 걷기로 했다. 모래사장을 밟고 갈 거다. 혹시나 만날 수 있는 강도를 대비해 주머니에는 오늘 하루 쓸 헤알화만 지니기로 했다.
내일은 리우 데 자이네루 현지인이 가이드하는 시내 워킹투어에 참여한다. 구루워크 맵을 통해 예약했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과 리우 곳곳을 돌아다닐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