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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pr 09. 2023

파타고니아 하이라이트 토델파 W트레킹 1편

4월4일(화) 푸에르토 나탈레스 입성 지상 최고의 자연 풍경을 보러 간다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들어왔다. 아르헨티나 엘칼라파테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까지는 버스로 6시간가량 걸린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국경을 넘기까지 비포장 구간도 있고 양국 검문소에서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는 탓에 거리에 비해 시간이 걸렸다. 여행자들은 차 안에서 먹을 음식과 물을 챙겼다. 윤성과 나는 아무 준비 없이 버스에 오른 탓에 저녁식사를 하지 못한 채 6시간 내내 굶어야 했다.

토레스델파이네는 트레킹 내내 거대 설산이 옆에서 걷는다.

통로 너머 옆자리에 앉은 독일인 니키아와 친해졌다. 전후 독일 산업 부흥부터 명장 롬멜까지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니키아의 아르헨티나 여자친구와 여행 일정까지 정보를 나누웠다. 버스라는 막힌 공간에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다 보니 10년 지기처럼 가까워졌다. 니키아는 자기 이메일과 연락처를 줬다. 배고프다고 하니 자기 저녁 식량 일부까지 내게 건넸다. 그 모습을 본 칠레 여성이 수줍은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샌드위치를 주웠다. 졸지에 나와 윤성은 국제 원조의 대상이 되었다.

걷다보면 과나코 무리나 야생 여우를 볼 수있다.

탑승자 중 입국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아르헨티나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검문 절차를 질질 끌었다. 니키아가 답답해했다. 업무 처리가 늦는 남미 국가에 대한 불만까지 나왔다. 독일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후 경제성장이나 근면한 국민성, 업무처리 능력부터 성급함까지. 한국에 들어오면 연락하겠다는 니키아와 버스 터미널에서 헤어지고 숙박지 Sur53에 도착했다. 4인 도미토리룸에 들어가니 영국인 아담이 반갑게 인사했다.

토델파W트레킹 코스를 비와 바람에 맞서 걸었다.

아담은 영국 런던 출신으로 중국 청두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다. 얼핏 봐도 깔끔하게 잘생겼다. 성격도 참 좋다. 처음 만난 이에게도 선뜻 먼저 아는 척하고 단숨에 호감을 얻는다. 친절이 과하지 않았고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다. 다음도 우리와 비슷한 일정으로 토레스델파이네 3박 4일 W트레킹에 나선다. 트레킹 곳곳에서 이 친구를 만날 것이다. 아담과 깊이 친해지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에서 아담과 같은 친구와 친해지는 게 여행의 즐거움이다.


W트레킹 동행자 재민과 니니를 만났다. 재민은 26세 청년으로 5년 만난 여자친구를 두고 남미 여행을 왔다. 밤마다 여자친구와 통화하고 좋은 곳에 가거나 맛있는 거를 먹다 보면 여자친구와 나중에 함께 하겠다는 다짐 하곤 한다. 몸무게 100kg에 육박하는 거구라 태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늘 유쾌한 농담을 잘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다. 재민은 검도 선수 출신이라 작대기 하나만 잡으면 누구와 붙어도 제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친구가 동행이라고 하니 듬직하기 그지없다. 남미 불량배들이 “치노(중국인)”라며 시비를 걸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재민을 믿고. ㅋㅋ

설산 앞에는 빙하가 녹아 고인 호수가 있다.

니니는 면세점 업계에서 일하는 30대 중반 여성이다. 유통업에서 오래 일해서인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능숙하다. 항상 상대방과 웃으며 대화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었다. 평소 등산을 다니지 않아 장기 산행이 힘들겠지만 자기 몫 배낭을 지고 “끙끙" 신음 소리를 내며 뒤처지지 않고 20대 중반 청년들의 산행 스피드를 따라온다. 짐 일부를 들어주겠다는 동행자들의 제안을 밝은 얼굴로 거절하고 묵묵히 지고 간다. 평소 등산과 운동을 자주 다닌 이도 쉽지 않은 게 토델파 W트레킹 코스다. 잠자리나 먹는 게 시원치 않고 비와 바람이 심해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산장에 묵으며 비싼 식사를 사 먹으며 걷는다면 어렵지 않다. 우리 일행은 경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3박 4일 식량을 짊어졌고 텐트에서 야영했다. 니니만 체력 손실을 우려해 산장에서 묵었다. 그럼에도 니니는 산장에서 나눠준 런치박스를 우리 일행과 나눠 먹으며 우리와 함께 움직였다. 존경할만한 푼성을 갖춘 안물이다.

W트레킹을 함께 한 동지들. 시계 방향으로 니니, 재민, 윤성, 재홍, 성민. 이중 앞에 4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오히려 숙소를 함께 스고 등산 일정에 자주 만난 아담과 더 애틋해졌다. 밝은 미소가 참 아름다운 청년이다. 서로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아담은 지금 중국에 머물고 있으므로 조만간 서울에 들어온다고 한다. 서울에 오면 만나 저녁식사라도 함께 하기로 했다. 시간 나면 내가 서울 가이드해 주고. 낯선 이국땅에서 만난 외국인에게는 쉽게 마음의 문이 열렸다. 역시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사람이 있나 보다.


일행과 3박 4일 식량과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와서 짐을 챙기고 잤다.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힘든 일정을 시작해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일정이기도 하고. 다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신경 쓰였다. 토델파 기후가 조변석개하므로 일기예보가 틀리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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