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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pr 09. 2023

W트레킹 앞서 살토그란데에 흠뻑.. 천국 앞마당서 오수

4월5일(수) 우여곡절 끝에 토레스 그란데 산장에 도착

토레스델파이네행 버스를 타고 3시간가량 달렸다. 우리는 서쪽에서 동으로 이동하며 트레킹 한다. 페리를 타고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이동한다. 도착하자마자 그레이빙하까지 왕복 23km를 다녀온 뒤 산장에서 하루 묵는다. 다음날 파이네 그란데 산장을 떠나 프랑세스 전망대와 브리타이노 전망대를 오른 뒤 프랑세스 산장에 묵는다. 셋째 날은 칠레노까지 가장 먼 길을 이동하고 칠레노 산장에서 묵는다. 마지막날 새벽에 산장을 출발해 토레스델파이네 일출을 본다. 비만 오지 않으면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첫날부터 꼬였다. 페리 선착장으로 이동하던 버스가 고장이 나 가도 서버렸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도 난감해했다. 급히 선착장에 있는 버스가 출발했지만 오전 10시 페리를 타기는 불가능했다. 오전 페리를 놓치면 오후 6시 페리를 타야 한다. 그러면 하루를 날리는 꼴이 된다. 첫날 그레이 빙하까지 오가는 일정을 다음날로 미루고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밥 먹고 자야 했다. 

토레스 그란데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이곳에서 7시간을 허비했다. 

일행이 선착장에서 7시간 기다리는 동안 나 혼자서 살토 그란데(그란데 폭포)까지 걸어 올라왔다. 왕복 4시간 코스를 감탄을 내며 걸었다. 담청색 빙하물이 만든 호수와 폭포, 그곳의 주인공인양 턱 버티고 있는 설산을 보며 산길을 걷다 보면 과나코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72kg 나가는 몸을 날려 버리는 강풍을 뚫고 나아갔다.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가다 보니 설산 앞에 담청색 호수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비경이었다. 그 앞에 서니 강풍이 몸을 밀어 하마터면 호수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아찔했다. 

페리 기다리는 동안 혼자 오른 살토 그란데 폭포. 무지개가 날 반겼다. 

설산을 보고 바닥에 누웠다. 청아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고개를 들면 설산이, 몸을 반만 일으키면 담청색 호수가 오롯이 나만을 위해 천상이 비경을 연출하며 내 눈앞에 펼쳐졌다. 눈을 감고 공기를 들이켰다. 폐 속 깊이 들어온 바람에 몸을 띄우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5분가량 눈을 붙였다. 선잠이 들었다. 강풍이 머리카락을 흩트리고 가는 바람에 잠에서 깨 선착장으로 돌아섰다. 내려가는 길에 담청색 폭풍 위에 무지개가 떠서 나를 반겼다. 이런 자연을 갖고 있다니 아르헨티나와 첼리가 새삼 부러웠다. 파타고니아는 안데스 산맥을 기점으로 서쪽에는 칠레, 동쪽으로는 아르헨티나 땅이다. 

설산에서 나린 담청색 호수물이 신비롭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술파티가 벌어졌다. 내가 산 보트카 한 병을 우리 일행과 또 다른 한국인 여행자 재흥과 비우며 친분을 쌓고 있었다. 재홍의 동행 성민은 나를 찾아 나갔다고 하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레이빙하에서 빙하를 타서 먹으려고 산 것인데 헐~. 그래도 재흥과 친해질 수 있어 그 걸걸 만족했다. 오후 6시 30분가량 배를 타니 파이네그란데에 도착했다. 저녁식사를 먹으며 다음날 일정을 논의했다. 20대 중반 청년 윤성과 재민의 주도로 사흘 갈 거리를 이틀에 주파하는 무리한 일정을 짰다. 나야 따라간다고 하지만 니니가 걱정됐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강풍이 불거란다. 

선착장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과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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